이라크 관련 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일부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정작 이라크가 아닌 미국의 `일방주의'가 국제사회의 지정학적 안정을 해치는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미국 서부 유력지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 인터넷판이 31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프랑스와 러시아는 물론 다른 이사국들도 이번 결의안 채택은 이라크 위협 뿐 아니라 미국의 위협과 직결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사국들은 "유엔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을 무장해제시킬 의지나 용기가 없다면 미국이 유엔을 이끌어 후세인을 무장해제 시킬 것"이라는 조지 W. 부시미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미국은 자국의 힘을 (유엔을) 리드하는 데 사용하지 않고 위협하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일방주의를 우려하는 국가의 유엔 주재 대사들은 미국이 유엔을 제치고 이라크 공격에 나설 경우 국제적 현안의 중심에 있어야 할 유엔에 치유할수 없는 상처를 안겨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한 외교관은 "미국은 나머지 국가들에 수용을 강요하는 일방외교가 아닌 다자외교를 수용해야 한다"면서 "유엔 기구를 강요할 경우 유엔을 해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유엔 안보리 결의안과 관련, 프랑스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걱정하는 다른이사국들의 기수로 나서고 있다. 프랑스는 국제법을 준수하고 유엔의 역할을 지켜야한다면서 이른바 2단계 결의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유엔 결의안에 애매한수사를 사용, 이라크 공격을 자동적으로 연계하려는 미국의 의도를 방지하려는 것. 프랑스 2단계 결의안 방안은 일단 유엔 무기사찰단의 사찰활동에 힘을 실어준뒤 사찰활동이 실패했을 경우 안보리가 그 이후 결과를 논의하자는 내용을 골자로하고 있다. 대부분의 안보리 이사국들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프랑스 외교관들은 "미국과 논쟁하는 데 관심없다"면서 "이는 원칙의 문제"라는말로 프랑스의 최근 행보를 설명했다. 유엔 안보리를 국제분쟁의 중심에 자리잡게하는 것이며, 어떤 나라라도 그들이 원하는 일을 원하는때에 원하는 장소에서 일을 할수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외교관들은 외교적 드라이브를 걸면서 복잡미묘한 균형을 유지하려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으로서는 유엔이 자국의 행보를 어떻게 지원하게 될지에 대한 복잡한 계산을 해야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유엔을 통할 경우 미국은 전술적으로자국의 힘에 일정한 한계를 부여받게 되지만 그 대신 국제적인 지원의 혜택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다시말해 유엔의 승인하에 공격할 경우 다른 나라들은 공격 비용을 함께 부담해야 함은 물론 이라크 공격 이후 장기적인 국가 건설 비용도 분담한다. 하지만 미국홀로 공격에 나설 경우 공격비용을 감수할 나라가 거의 나타나지 않을 것은 물론 이라크 뿐 아니라 다른 반(反)테러전쟁에 대한 지원도 줄어든다. 유엔내에서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어 미국 외에도 영국과 프랑스, 중국, 러시아도 거부권 행사를 할 수있다. 하지만 미국만이 초강대국이라는 것이 오늘날 엄연한 국제정세의 현실이다. 실제로 미국은 1990년 걸프전 당시 안보리 만장일치 지지를 얻기 위해 거의 모든 이사국들에게 경제적 원조와 군사지원을 제공했다고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소 필리스 베니스 소장이 말했다. 당시 예멘과 쿠바는 결의안에 반대했는데 이후 미국 외교관은 "당신들이 던진지금까지의 반대표중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협박하기도 했다. 3일후 미국은 7천만달러에 달하는 군사원조를 삭감했다. 이번에도 이런 유사한 일이 벌어날지 모르지만 관측통들은 미국의 일방주의 경향과 힘에 의한 정치를 우려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콜롬비아 대학 국제기구 연구소 에드워드 C. 럭 소장은 "우리의 힘에 대해 말하면 말할수록 세계 각국은 더 많은 우려를 할 것"이라면서 "더 많은 나라들이 세계를향한 주요 안전위협은 미 군사력의 미숙한 사용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