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집권 리쿠드당과 제휴 정당인 노동당이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불화를 해소하기 위해 30일벌인 담판이 실패함에 따라 20개월간 유지돼온 거국연정이 사실상 붕괴됐다. 샤론 총리와 노동당 당수인 비냐민 벤-엘리저 국방장관은 이날 연정붕괴를 막기위해 예산안의 주요 쟁점들을 놓고 3시간 동안 막판 절충을 벌였으나 타협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담판이 결렬된뒤 벤-엘리저 장관과 같은 노동당 소속인 시몬 페레스 외무장관은 샤론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이어 노동당 소속 다른 각료들도 전원 사의를 표명했다. 노동당 소속 장관들의 사임은 사직서 제출 48시간 이후 발효된다. 따라서 사표가 발효되는 오는 11월 1일까지는 정치적 대타협 가능성이 남아있으나 정치 소식통들은 샤론 총리의 거국 연정이 이미 붕괴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노동당의 연정 탈퇴로 샤론 총리는 의회 불신임 투표 통과에 필요한 크네세트(의회) 과반의석(61석)에 유지에 실패, 정국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게됐다. 샤론 총리는 "노동당과의 협상 실패가 연정 종료를 의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 그 길로 가고있다"고 말했다. 샤론 총리는 또 "우리는 할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며 "결실을 거두지 못해 유감이지만 책임감과 슬기로 국정을 이끌어 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거국 연정 유지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온 사실은 온세상이 다 알 것"이라며 연정붕괴 책임을벤-엘리저 장관에게 돌렸다. 양당 지도자들간의 담판이 결렬된뒤 크네세트는 2003년도 예산안 1차 독회에서 찬성 67대 반대 45, 기권 2표의 큰 표차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산안이 의회의 최종 승인을 받으려면 앞으로 2차례의 표결을 더 거쳐야 한다. 표결에서 노동당 소속 장관들은 기권표를 던진 메이마드파(派) 의원 2명을 제외한 전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그러나 리쿠드당을 비롯해 샤스, 연합토라유대주의, 민족종교당, 이스라엘 바알리야 등 우파, 종교 정당들이 지지표를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리쿠드당과 노동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장기 유혈분쟁과 지난해 9.11 미국 테러사건에 따른 경제난을 반영한 새해 긴축 예산안 가운데 정착촌 예산 배정을 놓고 불화를 빚어왔다. 노동당은 정착촌 배정 예산 가운데 1억5천만달러를 삭감해 사회복지 및 국방 부문의 예산 삭감을 보전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샤론 총리와 리쿠드당은 강력한 지지기반인 사마리아와 유대아 지방의 정착민을 의식, 노동당의 요구를 거부해왔다. 양측은 정착촌과 빈곤층 복지 예산을 동등하게 배정하는 방안을 놓고 막판 타협을 시도했으나 벤-엘리저 장관이 2시간만에 협상을 중단하고 사직서를 제출함에 따라 끝내 결렬됐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노동당의 연정 탈퇴로 샤론 총리가 당장 실각하진 않겠지만 극우 정당들로 소수 연정을 유지하거나 결국 조기 총선을 선택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분석가들은 그러나 노동당의 연정 탈퇴로 2년 이상 지속돼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유혈분쟁의 해결 전망이 더욱 어두워졌다고 우려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