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8년 영국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발생한 미국 팬암항공 소속 여객기 테러 폭파사건 희생자 유가족의 변호사들은 리비아 정부측과 27억달러를 보상받기로 잠정 합의했다고 미국 국무부 관리들이 29일 밝혔다. 관리들은 로커비 테러사건 희생자 270명의 유족 각각에 대해 1천만달러를 보상토록 하는 이번 합의가 지난 5월 리비아가 제시한 금액과 상당히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희생자 유족들은 이런 내용의 합의 조건에 아직 충분히 동의하지 않은 상태라고 관리들은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의 한 관리는 잠정 합의된 보상안이 리비아 정부가 우선테러 자행 책임을 시인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이후에 보상금 지불을 위한 재원이 마련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보상금 지불 방식과 관련, 미국과 유엔의 대(對) 리비아 제재 해제를 기반으로 분납 형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비아측의 제의를 유가족들이 수락하면 지난 96년 리비아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은 결말이 나게 되며, 지난 92년 4월15일부터 리비아에 취해진 유엔의 경제제재 해제조건 중 하나가 충족되는 셈이다. 팬암 여객기 폭파 사건과 관련, 지난 92년 채택된 유엔 결의는 ▲폭파책임 시인▲이 여객기 테러공격과 관련된 정보제공 ▲폭파범 인도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보상 등을 담고 있다. 팬암 103기 폭파사건의 범인 2명중 리비아 정보요원 출신인 압델 바세트 알리알-메그라히는 지난 3월 스코틀랜드의 항소법원에서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역시 리비아 출신의 다른 1명은 1심에서 무죄로 석방됐다. 팬암 여객기는 지난 88년 12월21일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뉴욕으로 가던 중 로커비 상공에서 공중폭파돼 대부분이 미국 시민인 259명의 탑승자와 지상에 있던 11명이 사망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