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무력 진압 사흘째인 29일 인질범들이 일반 인질을 살해하지 않았다는 증언들이 잇따라 당국의 과잉 진압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는 테러리스트들이 인질 살해를 시작해 어쩔 수 없이 무력 진압에 나섰다는당국 발표와 반대되는 것으로 앞으로 러시아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인으로작용할 전망이다. 일간 `코메르산트'는 이날 병원에서 퇴원한 인질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하며보안 당국의 과도한 진압 의혹을 제기했다. 인테르팍스 통신 직원 올가 체르냐크(여)는 "인질범들은 인질극 내내 단 한 명의 인질도 죽이지 않았다"면서 "당국과 협상을 하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었던 것으로보인다"고 말했다. 체르냐크는 또 "그들은 탈진 증세를 보이는 일부 인질들에게 `곧 의료진이 올테니 조금만 참으라'며 안심시켰다"면서 "그들은 단지 인질의 외부 탈출만 저지하기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증인도 "여성 인질범들은 가스 중독으로 실신하기 전 폭탄을 폭발시킬충분한 시간이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그들은 사람을 해칠 생각은 안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전했다. 그는 "가스가 환풍구와 창문, 출입문 등을 통해 주입되며 사람들이 실신하기 까지 5분여의 시간이 있었다"면서 "이는 인질범들이 사람을 살해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인질도 "가스 주입구와 먼 곳에 있던 사람들은 더 늦게 정신을 잃었기 때문에 인질범들이 마음만 먹었다면 많은 인질들을 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특수부대의 인질 진압 작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극장내 모든 상황은 정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인질극 발생 당시 상연됐던 연극 `노르드-오스트(북동 지방)'의 책임 연출가인게오르기 바실리예프(40)도 지난 27일 연합뉴스와 회견에서 "인질범들은 진압이 시작되기 전 인질을 전혀 살해하지 않았다"면서 "그들은 매우 이성적이었으며, 인질들과 농담도 나눴다"고 증언했다. 코메르산트는 또 이번 인질극 사태로 숨진 모든 사망자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영안실에 기자를 보내 확인한 결과 총상으로 숨진 사람은 인질극 첫날 사망한 올가로마노바 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로마노바는 지난 23일 밤 인질범들이 극장을 점거한 직후 영문도 모른 채 극장으로 들어가다 가슴에 총상을 입고 사망한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신문은 이어 사살된 인질범 50명의 시체까지 함께 보관돼 있는 영안실에 총상사망자가 1명 뿐인 점으로 미뤄 테러범들이 진압 작전 전에 인질 2-4명을 사살했다는 당국 발표는 설득력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