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로 제마 이슬라미야(JI)가 의심을 받으면서 JI의 정신적 지도자 아부 바카르 바시르가 운영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소재 알-무크민 이슬람학교가 국제적 이목을 끌고 있다. 중부 자바 솔로에 위치한 알-무크민은 지난 73년 이슬람 성직자 고(故) 압둘라숭카르와 바시르가 공동으로 설립한 학교로 최근 수 년 동안 인도네시아에서 폭탄테러가 빈번해지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설립자 바시르가 17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2000년 성탄 전야 연쇄 폭탄테러를 비롯한 각종 테러의 배후 인물로 지목되면서 지역 주민들까지도 이 학교에 경계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2㏊ 넓이의 알-무크민에는 남학생 1100명과 여학생 900명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공부하고 있으며 매일 새벽 4시 아침 기도와 운동으로 하루 일과가 시작되고 교내에서 음악과 흡연, 비이슬람 서적 반입이 엄격히 금지된다. 와유딘 부학장은 "교사들의 가르침에 합당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도서관에 이슬람 관련 서적과 잡지, 신문만 비치했다. 학생들의 종교적 타락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종교학 외에 수학과 과학을 가르치고 있고 교정에서는 모든 학생들이 영어와 아랍어만 사용해야 하며 많은 학생들이 졸업 후 중동 이슬람국가의 다양한대학에서 유학한다. 첨단 과학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영어가 필수라고 말하는 학생들의 발언에서는 일반 고교 학생들과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다. 그러나 교정 곳곳의 모습을 보고 미국에 대한 시각을 물어보면 학생들이 과격 이슬람교도로 양성되고 있음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교정 병원 벽에는 오사마 빈 라덴의 모습이 담긴 달력이 걸려있고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빈 라덴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을 하면 전혀 망설이지 않고 "유대 민족주의자에 대항해 용감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이슬람 영웅"이라고 답변한다. 빈 라덴의 얼굴이 그려진 T셔츠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고 최근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슬람에 가장 적대적임을 상징하기 위해 슬리퍼에 두 나라 이름을 영어로 새기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교실과 강당 곳곳에서는 지하드(聖戰)를 촉구하는 다양한 문구들이 적혀져 있고 금요 기도 참석자들은 빈 라덴에 대한 알라의 은총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대한 저주를 기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또 졸업반 학생들에게 코란 해석을 가르치다가 최근 연쇄 폭탄 테러혐의로 솔로의 한 이슬람병원에 구금 중인 설립자 바시르는 이슬람을 공격하려는 세력에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레트노 울란다리(16)라는 이름의 학생은 "선생님은 모략을 당하고 있다. 바시르는 어떤 테러 공격도 주도하지 않았다. 그는 평화를 사랑하고 정신적으로 위대한 분이다"며 바시르를 옹호했다. 학생들은 매일 수 십명씩 병원에서 신병치료를 받고 있는 바시르에 대한 경찰의 강제 연행에 대비해 병원 주변에서 철야 경비활동을 펴고 있다. 바시르는 지난 80년대 초 알-무크민이 과격 이슬람 젊은이들을 양성한다는 이유로 수하르토 정권에 의해 말레이시아로 쫓겨났다가 지난 99년 귀국했으며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이슬람 단일국가 건설을 목표로 활동중인 제마 이슬라미야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을 받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 특파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