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엘 샤론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중도우파 연립정부가 출범 20개월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 가운데유대인 정착촌 예산 배정을 놓고 연정 제1,2당인 리쿠드당과 노동당의 대립이 위험수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노동당 당수인 비냐민 벤-엘리저 국방장관은 새해 예산안 가운데 정착촌 지원예산을 대폭 삭감하지 않을 경우 크네세트(의회) 예산안 심의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착촌 배정 예산 중 7억셰켈(미화 1억5천만달러)을 삭감해빈곤층 지원 예산으로 돌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각은 심각한 경기침체를 반영해 사회.복지 부문을 대폭 삭감한 새해예산안을 편성, 오는 30일 의회 심의에 상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노동당과 벤-엘리저 장관은 예산안이 국방부문과 빈곤층 지원 예산을 대폭 줄이면서 샤론 총리와 리쿠드당의 지지 기반인 유대아와 사마리아 지방의 정착촌배정 예산은 전혀 줄이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벤-엘리저 장관은 정착촌 배정 예산을 삭감하지 않을 경우 의회 예산안 통과를저지하고 연정 탈퇴도 불사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27일 소집된 노동당 중앙위원회도 자당 의원들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혀 리쿠드당이 양보하지 않는한 정면 대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샤론 총리는 주례 각의에서 노동당 소속 장관들에게 예산안을 지지하든지 연정을 탈퇴하든지 양자택일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정치적 술수나 줄다리기'를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해 한치도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샤론 총리와 벤-엘리저 장관이 극적인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노동당은 의회예산 심의 1차 독회에서 반대표를 던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럴 경우 샤론 총리는벤-엘리저 장관을 해임할 것이고, 노동당의 연정 탈퇴는 불을 보듯 뻔하다. 또 연정붕괴후 90일 안에 총선을 재실시해야 한다. 벤-엘리저 장관의 강공책이 노동당 당권 경쟁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도 설득력이있다. 그는 다음달 17일 열리는 당수 경선을 앞두고 하임 라몬 의원과 암람 미츠나하이파 시장으로부터 강력한 도전을 받고있다. 샤론 총리 역시 베냐민 네타냐후 전총리와 힘겨운 경합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예산안을 둘러싼 힘겨루기에서 지는 쪽은 회생불능의 정치적 타격을 받게된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