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불거진 엔론사태 이후 조지 W 부시미국대통령이 강력히 밝힌 기업개혁의지가 기업회계감독위원장 선정 논란으로 의혹을 받게 됐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기업개혁을 회계감독 차원에서 주도할 기업회계감독위원회의 초대위원장으로 윌리엄 웹스터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선정했다.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역임했던 웹스터 위원장의 선정은 그러나 민주당과 월가 전문가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면서 위원회 출범 초기 부터 험로를 걷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민주당측은 특히 오는 11월5일의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친(親) 기업 성향의공화당 정부가 개혁 의지가 없기 때문에 웹스터 위원장을 지지한 것이라면서 공세를늦추지 않고 있다. SEC의 5인위원 중 하비 피트 위워장을 비롯한 공화당 인사 3명은 웹스터 전 국장을 지원했었으며 하비 골드슈미드와 로엘 캄포스 등 민주당 소속 위원 2명은 교원연금기금인 TIFF-CREF의 존 빅스 회장을 지지했었다. 빅스 회장은 전미증권업협회(NASD)에 있을 때 회계업계 개혁을 추진했던 인물인만큼 엔론사태 이후의 회계부정 등 기업개혁을 진정으로 추진하는데 가장 적합한사람은 빅스 회장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친 기업성향의 공화당은 그가 너무 강성으로 회계개혁을 추진한 인물이라는 점에 부담을 느껴 웹스터 전 국장을 적극 밀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회계의 '회'자도 모르는 웹스터 전 국장을 기업개혁이 절실한 이 시점에서 기업회계감독위원장으로 뽑는 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SEC의 골드스미드 위원은 자격과 업무추진 의지를 갖고 있는 빅스 회장을 제치고 전혀 업무에 대한 이해가 없는 웹스터 전 국장을 공화당측이 밀어붙인 것은 기업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웹스터 새 위원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회계업무에 대한 사전지식이충분치 못한 것은 사실이나 배워서 하면 되는 것이며 회계업무 전문가들로 구성된위원회가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업무추진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월가 일각에서도 웹스터 전 국장이 위원장이 된 것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업무를 잘 알고 회계업무의 개혁의지가 있는 사람을 제치고 전혀 문외한을 위원장으로 선정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는 시각이다. 연방 법무무는 엔론사태 이후 기업과 기업인들의 부정사례가 잇따라 터지고 친기업적 성향의 공화당 정부에 대한 눈초리가 따갑자 그간 부정에 연루된 일부 기업인들을 사기혐의 등으로 체포, 기소하면서 개혁의지를 강조해 왔었다. 이 과정에서 케이블TV 서비스업체인 아델피아의 창업자가족들이나 파산보호신청을 한 미국 2위의 장거리전화회사인 월드컴의 전 주요임원들이 체포.기소되기도 했다. 또 최근에는 샌포드 웨일 시티그룹 회장에 대한 조사가 임박했다는 기사가 연일보도되는 등 기업인들에 대한 당국의 견제가 강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기업회계감독위원장 선정 논란으로 인해 부시 정부의 기업개혁의지는 손상을 입게 됐다. 부정한 기업인에 대한 수사는 대증요법인 반면 회계감독위원회의 신설은 시스템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위원회 출범과 함께 기업개혁을 추진하는 주체에서 발생한인사문제는 기업개혁 자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최근 웹스터 전 국장을 위원장으로 선정한 SEC의 피트 위원장에 대해서도 개혁의지가 없다며 부시 대통령에게 해임을 강력히 권고하기도 했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