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극장 인질극의 주모자 모프사르 바라예프(23)는 지난해 러시아 군에 의해 사살된 체첸 반군 지도자 아르비 바라예프의 조카로, 상당히 잔혹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숙부가 사망한 직후 조직을 인수받았으나 그동안 러시아 군과 직접 전투를 치른 경험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정보소식통들은 전했다. 세르게이 이그나첸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대변인은 이날 아침 전격적으로 전개된 진압작전을 통해 인질들을 모두 구출한 직후 특수부대원들이 바라예프를 진압작전 도중 사살했다고 확인했다. 바라예프의 얼굴은 25일 아침 러시아 N-TV를 통해 처음 공개됐는데 50여명의 인질범 중 유일하게 얼굴을 가리지 않는 대담성을 드러냈으며, 얼룩무늬 군복을 입고 오른쪽에 칼라슈니코프 소총을 든 모습이었다. 카타르 위성방송 알 자지라에 입수된 비디오 테이프에도 바라예프가 이슬람을상징하는 깃발을 흔들며 "조국의 독립과 신을 위해 죽을 준비가 돼있다"고 맹세하는 장면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체첸 반군은 지난 23일 웹사이트 `카프카스'(kavkaz.org)를 통해 바라예프가 인질극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바라예프는 체첸의 아르군이라는 도시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자랐으며 그를 기억하는 이웃들은 "그저 과묵하고 평범한 소년이었다"고 전했다. 평범한 청소년기를 보내던 바라예프는 15살 때 러시아 군이 체첸에 투입돼 두차례 전투를 벌였을 때 `체첸의 전사'가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4년 전 알칸-칼라 지역으로 가 본격적으로 전사 훈련을 받기 시작했고 체첸 전통에 따라 숙부인 아르비 바라예프에 위탁됐다. 바라예프는 이후 전형적인 체첸 결사대원으로 길러졌으나 그를 아는 주변 인사들은 바라예프가 반드시 이슬람의 신념으로 무장하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체첸 인근 로스토프의 한 이슬람 율법학자는 "바라에프는 종교적이기는 커녕 테러행위를 통해 거금을 챙겨 보려는 협잡꾼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바라예프는 지난 3월 러시아 군과 치열한 전투를 치른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사이드 셀림 페슈코에프 체첸 경찰청장은 그가 주요 작전을 지휘한 적은 없고 수하의 부하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친(親) 러시아계 체첸 경찰은 지난해 8월 바라예프를 살해했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 어쨌든 이번 인질극을 통해 그는 죽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숙부인 아르비 바라예프가 이끌던 극단주의 단체 와하바이트는 300여명의 반군들로 구성돼 활동했고 1차 체첸전(1994-1996) 이후 납치를 전담해 폭력성과 잔인함으로 악명을 떨쳤다. 아르비 바라예프는 98년 영국인 통신회사 직원 3명과 뉴질랜드인 1명을 납치 살해했으며 알-카에다와의 연계 의혹이 있는 인물이다. (모스크바 AFP.A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