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호그와트 마법학교의 교장 알버스 덤블도어 역으로 열연한 아일랜드 출신 명배우 리처드 해리스가 25일밤(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한 병원에서 7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가족들은 "고인이 한 대학병원 병상에서 편안히 숨을 거두었다"고 밝혔다. 해리스는 말년 호지킨병(악성육아종증)을 앓으면서도 해리포터 시리즈 속편(해리포터와 비밀의 방)에 출연하는 등 연기 열정을 불태웠다. 국내 팬들에게는 `글래디에이터(검투사)'에서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로 분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해리스의 유작이 된 해리포터 속편은 다음달 15일 미국과 영국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1930년 아일랜드 리머릭에서 태어난 해리스는 어린 시절 럭비선수를 꿈꿨으나 결핵으로 희망을 접고 대신 배우의 길을 걸었다. 61년 J.리 톰슨 감독의 `나바론 요새'로 데뷔한 그는 63년작 `스포팅 라이프'로 아카데미카상 후보에 지명되면서 일약스타덤에 올랐다. 그는 40년 간의 연기생활에서 보여준 거칠면서도 강렬한 연기로 영화 팬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특히 `카멜롯'(1967년)의 아더왕 역이나 `말이라 불리운사나이'(1970년), `평원'(1990년) 등에서 펼친 연기는 단연 압권으로 꼽힌다. 또 81년에는 육체파 여배우 보 데릭과 함께 `타잔'에 출연, 여러 장르에서 연기력을 과시했다. 해리스는 토크쇼의 단골 손님으로 종종 입담을 자랑했으며, 개인적으로는 리처드 버튼이나 피터 오툴 같은 당대의 명배우들과 술친구로 허물없이 지내기도 했다. 그는 지난 78년 한때 코카인 중독으로 연기생활의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영화에 대한 특유의 열정으로 슬럼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지인들은 평가했다. 해리포터 제작진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해리스가 말년에 건강이 악화되자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진은 해리포터 시리즈 3편(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그의 역할을 대신할 중량급 배우를 물색 중이다. (런던 AP=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