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시 일원에서 지난 2일부터 10명을살해하고 2명에 중상을 입힌 연쇄 저격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2명이 24일 새벽(현지시간) 체포됐다고 당국이 밝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아침 연방 수사당국이 저격살인 사건의 범인들이 체포됐다고 보고 있으나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말했다. 수사팀은 이날 새벽 3시 30분께 워싱턴 북서쪽 70km 지점에 있는 프레데릭 카운티의 고속도로 휴게소 부근에 세워진 차에서 자고 있던 존 앨런 무하마드(41)와 존말보(17) 등 2명을 체포, 몽고메리 카운티로 이송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우리는 이들이 범인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무하마드는 걸프전에 참전했던 경력을 갖고 있고 말보는 자메이카 국적을 갖고있다. 이들은 24일 오후 메릴랜드두 볼티모어시의 지방법원에서 심문을 받는다. ▲ 체포순간 = 메릴린대주 프레데릭 카운티의 70번 고속도로의 간이휴게소에서새벽 3시 30분께 자동차 운전자가 경찰이 수배한 1990년형 셰브롤레 카프리스 차 안에서 두 사람이 잠자고 있는 것을 발견해 당국에 신고했다. 스나이퍼(저격범) 기동타격대와 특별기동대(SWAT)는 제보를 받은 즉시 헬리콥터와 차량을 이끌고 현장에 도착해 먼거리에서 문제의 차량을 포위한 뒤 SWAT 대원들이 차량을 덮쳐 잠자던 이들을 끌어냈다. 뉴저지주 번호판을 단 이 차 안에서는 지금까지 저격살인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223구경 소총 즉, `부시매스터 XM-15' 소총과 정밀조준에 쓰이는 망원경 및 삼각대가 발견됐다. 이 차량의 트렁크에는 총구멍이 뚫려 있었다. ▲ 수사경위 = 수사를 주도하는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서의 찰스 무스 서장은 이들의 체포 하루 전인 23일 존 앨런 윌리엄스로도 알려진 존 앨런 무하마드의 체포영장이 발부됐다고 발표했다. 무스 서장은 또 무하마드가 나중에 존 말보로 알려진 청년과 함께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의 체포에는 두건의 전화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두 제보자는 모두저격사건을 더 알려고 하면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카운티의 주류판매점 밖에서 지난달 21일 일어난 총기사건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두사람이 총에 맞았고 그중 한명은 사망했다. 당시 범인의 스케치와 23일 수배된 말보의 얼굴은 매우 닮았으며 사건 현장에서발견된 지문도 말보의 것이라고 CNN방송은 수사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앨라배마주 사건에 사용된 총은 워싱턴 지역 연쇄살인에 사용된 것과 같은 총은아니라고 앨라배마주 몽고메리 경찰서의 존 윌슨 서장은 말했다. 그러나 그는 몽고메리 경찰서가 주류판매점 총격사건과 관련해 말보를 신문할 기회를 갖고 싶다고 밝혔다. 워싱턴주 벨링엄의 경찰은 말보가 자메이카로부터 도착했을 때 과거 교육을 받았다는 서류를 하나도 가져오지 않아 그를 조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러나 말보와 무하마드가 테러조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애틀 타임스에 따르면 체포된 두 사람은 이웃사람들에게 9.11테러를 찬양해왔다. 경찰은 23일 워싱턴주 타코마에 병력을 급파해 무하마드가 살던 복층아파트 근처에서 사격훈련의 목표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나무 밑둥을 잘라 증거물로 가져갔다. 지난 19일의 저격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메모에는 자메이카의 구어체인 것같은말투가 포함돼 있었으며 메모지에는 5개의 별이 그려져 있었다. 수사팀은 이것이 자메이카의 한 밴드를 나타내는 것이며 이 메모중 `word is bond'라는 구절도 이 밴드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것임을 밝혀내고 이때부터 자메이카 태생 인물들을 조사하기시작했다. ▲ 용의자들 = 1991년 걸프전에 참전했던 무하마드는 여러해 전에 이슬람교로개종했고 지난해 이름을 존 앨런 윌리엄스에서 존 앨런 무하마드로 바꿨다. 그는 군에서 저격훈련을 받거나 특수부대에 근무하지는 않았으며 전투지원병이었다. 그는 1995년 워싱턴시(市)에서 실시된 이슬람 목사 루이스 파라칸의 `백만인행진'의 경비를 지원했다고 무하마드의 이웃에 사는 전직 해병은 말했다. 무하마드는 지난 8일 볼티모어에서 경찰의 검문을 받은 적이 있고 당시 경찰은그의 운전면허증은 워싱턴주로 돼 있는데 번호판은 뉴저지주에서 발급된 것을 이상히 여겨 그를 조사했으나 전과가 없어 풀어줬던 것으로 밝혀졌다. 자메이카 태생인 말보는 미국 입국 비자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국무부는 24일 말보에게 이민 또는 비이민 비자를 발급해준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말보는 자메이카 시민권자로 워싱턴주 벨링햄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두사람의 관계는 한때 의붓 부자사이로 알려졌으나 법적인 부자는 아닌 것으로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의 관계를 아직 조사 중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