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은 모스크바 남부 `돔 꿀뜨르이(문화의 집)' 극장 인질 사태 이틀째인 24일 인질범들과 첫 대화를 시작했으나 특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국은 이날 이리나 하카마다 부의장과 이오시프 코브존, 보리스 넴초프 등 국가두마(하원) 의원 외에 국제 인권단체 대표들을 내세워 사건 해결을 모색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사건 초기 주요 정치인들과 면담을 요구했던 무장 괴한들은 이제 입장을 바꿔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들과의 담판을 원하고 있다고 의원들이 전했다. 괴한들은 또 체첸전의 조속한 종결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인질범들은 앞서 러시아 당국이 앞으로 1주일 안에 체첸내 모든 병력을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괴한들은 유명 가수 겸 의원인 코브존과 국제적십자사 대표 2명, 영국 일간지 `선데이 타임스'의 마크 프란케티 특파원 등과 가진 1차 접촉에서 심징병을 앓고 있는 영국 노인 1명과 러시아 어머니와 3자녀 등 모두 5명을 석방하는 등 유화 제스처를 보였다. 그러나 하카마다 부의장과 코브존, 넴초프 의원이 참석한 2차 회담에서는 "의원들과 만남은 더이상 원치 않으니, 러시아와 체첸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나오라"고 윽박질렀다. 그들은 특히 아흐마드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이 극장으로 찾아와 대화에 나설 경우 우크라이나인 23명을 포함한 50명의 인질을 석방하겠다고 약속했다. 괴한들은 또 그리고리 야블린스키 야블로코당(黨) 당수와 전화 통화에서는 "무조건 빨리 와 대화하자"고 요구했다고 야블린스키 당수가 밝혔다. 톰스크주(州) 의회 의장 장례식 참석차 톰스크를 방문한 그는 현재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모스크바로 귀환 중이다. 인질범들은 이어 추가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요구를 "더이상 풀어줄 대상이 없다"며 거부했다. 그들은 15-16세 가량의 청소년 인질들을 어린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풀어주지 않았다고 면담자들이 말했다. 하카마다 부의장은 "괴한들은 모두 62명에 이르는 외국 인질들을 러시아인과 격리해 놓고 있다"면서 "외국인들은 상대적으로 나은 대접을 받고 있으며, 곧 석방될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사상 최악의 인질 사태가 만 하루를 지나고 있는 가운데 극장 안에 억류돼 있는 인질들은 모두 500명 선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인질 수를최대 1천명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실제는 훨씬 적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관리들이 설명했다. 무장 괴한의 수는 50명 가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자신을 아부 사이드라고 소개한 한 인질범은 "극장 점거에 나선 우리 동료는 모두 50명이며, 남녀 각각 25명씩"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괴한들에 살해된 것으로 보도된 여성 인질 1명은 23일 인질범들의 극장 난입 과정에서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언론이 보도했다. 언론은 앞서 괴한들이 이날 인질 1명을 사살했다고 보도했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