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흔한 야채중 하나인 감자가 스페인의 심각한 가정폭력 현상과의 싸움에 투입됐다고 스페인 일간지 엘 문도가 23일 보도했다. 스페인에서는 해마다 수십명의 여성들이 가정폭력으로 숨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은 사실상 금기시 돼왔다. 별거.이혼여성연맹(FAMSD)은 유통 재벌인 패트나투르와 가정에서 학대받는 여성들에 대해 지원금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스페인의 어떤 슈퍼마켓에서라도 3㎏들이 감자 한 봉지가 팔릴 때마다 6유로센트가 가정폭력 희생자들에 대한 법적, 심리적 지원금으로 가게 됐다. 패트나투르의 라울 히메네스 대변인은 "사회가 가정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으므로 이 계약이 잘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감자판매로 모인 돈은 변호사 호세 발레라씨가 소송을 도와줄 카탈로니아지역 약 100명의 여성들에게도 혜택을 주게 된다. 발레라 변호사는 "나는 이들의 소송취하를 말리고 싶다. 가정폭력의 경우 소송취하가 다반사여서 폭력을 휘두른 사람이 처벌을 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희생자인 카르멘(30)은 2년 이상의 별거와 (남편에 선고된) 접근 금지령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남편이 휘두르는 폭력의 두려움속에 살고 있다. 카르멘은 스페인 TV에 출연, "그에게 바라는 것은 내가 평화롭게 살도록 그냥 두어달라는 것이 전부다. 나는 먹지도, 자지도 못해 체중이 계속 줄고 있다. 이 악몽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의 도움이 있지만 카르멘은 남편이 감옥에 있을 때만 안심하고 외출할 수 있다며 자신의 처지를 공개함으로써 다른 희생자들도 침묵을 깨뜨리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는 배우자에게 살해된 여성이 4년전의 47명에 비해 금년에는 벌써 58명을 기록할 정도로 가정폭력 문제가 심각하다. 22일 문을 연 국영 가정폭력감시센터의 몬테세라트 코마스 소장은 센터의 목적은 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이라며, 여성학대에 대한 모든 판결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마스 소장은 "가정 폭력은 사회악으로, 스페인 사회에서 테러 다음으로 심각하고, 긴급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jin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