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극장에 23일 무장 괴한들이 난입, 관객 700여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는 모스크바 사상최악의 인질극 사태가 빚어졌다. 괴한들은 사건 발생 3시간여 만인 24일 0시(이하 현지시간) 부터 어린이와 임산부, 외국인 등 인질 100여명을 석방했으나 극장 외곽에서 자동화기 발포음이 들리는등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들은 인질 숫자가 1천명에 달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9시 5분께 모스크바 남쪽 멜니코바 거리 7번지 `돔 꿀뜨르이(문화의집)' 극장에 체첸 출신으로 보이는 무장 괴한 30~40명이 기관총을 공중에 난사하며난입했다. 몸에 각각 폭발물을 지니고 극장에 들어선 괴한들은 관객들을 극장 한 켠으로몰아넣고 경찰이 무력 진압에 나설 경우 극장 건물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목격자들이 전했다. 위장복 차림의 괴한들은 극장 진입 직후 자신들을 체첸 출신이라고 밝혔으며,체첸 전쟁의 즉각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한 괴한은 극장 무대 위로 뛰어올라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느냐? 우리는 체첸 전사들이다"라고 외친 것으로 보도됐다. 괴한들 중에는 일부 여성도 포함돼 있으며, 여성들은 모두 얼굴 전체를 가리는차도르를, 남자들은 마스크를 하고 있다고 러시아 언론이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보도했다. 여성 대원들은 그동안 체첸전에서 숨진 체첸 전사의 아내들이라고 체첸측 웹사이트가 주장했다. 인질극 발생 직후 극장 3층 창문으로 탈출한 극장 배우 2명은 무장 괴한이 최소30명 에서 50명이 넘을 수도 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정확한 수는 아직 파악되지않고 있다. 괴한들은 극장 난입 직후 어린이 20여 명을 포함한 그루지야 출신 관객들과 이슬람 교도들을 우선 풀어준 뒤 어린이와 임산부, 외국인 인질 150여 명을 추가로 석방했다. 이들은 또 친(親) 크렘린계인 아흐마드 카디로프 체첸 대통령을 극장으로 데려오면 인질 50명을 추가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히고 있다. 괴한들은 인질극을 효과적으로 벌이기에는 너무 많은 인원이 억류돼 있고, 무고한 희생자가 생길 경우 국제 여론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괴한들은 그러나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러시아 내무부 산하 특수부대 `오몬'과 대(對) 테러 진압부대 `알파부대'가 무력 진압에 나설 경우 극장전체를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극장 안 복도에는 현재 피가 낭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인질들 중에 사망자가 있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층 유리창을 통해 극장을 간신히 빠져나온 일부 관객들은 극장 경비원이나 관객들이 괴한들에 마구 구타를 당해 피가 흐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목격자들은 극장에서 간간이 총성이 들린 점으로 미뤄 희생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하자 러시아 당국은 오몬 요원 600명과 알파 부대원 100명, 경찰 수백 명 외에 군 장갑차와 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 차량 100여 대를 동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특수부대 요원들은 극장 주변을 전면 통제한 채 당국의 진압 명령만 기다리고있다고 언론이 전했다. 특수 요원들은 그러나 극장에 진짜 폭발물이 설치돼 있을 가능성이 있어 작전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테러 진압 작전은 유리 루쉬코프 모스크바 시장이 직접 현장에 나와 진두 지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루쉬코프 시장과 니콜라이 파트루쉐프 연방보안국(FSB) 국장에 전화를 걸어 사태의 신속한 수습을 지시했다. 테러 발생 당시 돔 꿀뜨르이 극장에서는 인기 뮤지컬 `노르드-오스트'가 공연중이었다. 모스크바에서 가장 인기 있는 뮤지컬인 노르드-오스트는 그동안 35만여 명이 관람했으며, 돔 꿀뜨르이 극장은 1천163명 까지 수용할 수 있다고 극장 관계자가밝혔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