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워싱턴 지역에서 발생한 연쇄저격살인 사건으로 10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은 가운데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3일 범인체포를 위해 연방정부는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현재 메릴랜드주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서가 주도하는 이번 사건 수사를 연방수사국(FBI)이 떠맡도록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22일 새벽 몽고메리 카운티의 아스펜힐 버스 정류장에서 발생한 저격살인사건도 탄도검사를 실시한 결과 연쇄저격 살인범의 소행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백악관=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연쇄 저격살인사건에 대한 `깊은 슬픔'을 표명하면서 자신과 부인 로라 부시 여사는 "이 폭력과 공포의 시기가 빨리 끝나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저격범이 어린이들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 것과 관련 "(이 사건을저지르고 있는) 잔인한 사람이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면서 "나는 연방정부에 지방법집행 관리들의 범인 체포노력을 돕기 위해 모든 자원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고말했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FBI 주도로 수사를 전환하는 것에 대해 "현재지방 경찰이 연방정부 관계자들과 함께 수사하는 것은 법집행당국이 보기에 최선의수사접근법"이라면서 "이번 수사는 계속 합동작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법집행당국의 수사를 세세히 통제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대통령도 그래서는 안된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매일 아침 이번 사건 수사진행에 관해보고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경찰은 아스펜힐의 버스종점에서 발생한 버스 운전기사 콘래드 존슨(35)의 살인사건도 역시 지금까지 발생한 저격살인을 저지른 범인의 소행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존슨도 역시 다른 희생자들 처럼 단 한발의 총알을 맞고 숨졌다. 수사당국 소식통은 존슨의 살해현장 근처에서 범인이 남긴 것으로 보이는 쪽지가 발견됐으며 이 쪽지는 지난주말 버지니아주에서 발생한 저격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에서 발견된 편지는 수사당국과 접촉하려고 수없이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는 교환원이나 수사당국자들이 전화를 끊어버려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없었다는 불평을 담고 있다. FBI는 이 편지들의 필체를 분석하는 한편 편지에 지문이나 DNA가 묻어있는 지조사중이다. 몽고메리 카운티 경찰서의 찰스 무스 서장은 23일 브리핑에서 범인에게 당국과접촉할 것을 촉구하면서 "당국은 당신이 언급한 조건들에 관해 당신과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편지 내용=미국 언론에 따르면 범인은 자신의 계좌로 1천만달러를 입금할 것을 요구했다. 범인은 지난 19일 버지니아주 애슐랜드에서 남자 한 명을 저격한 뒤 식당에 메모를 남긴 데 이어 22일 새벽 아스펜힐에서 버스 기사를 저격 살해한 뒤 남긴 메시지에서 오는 28일까지 1천만 달러를 입금시킬 것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 편지의 사본을 본 소식통들은 범인이 경찰의 묵살로 5명이나 더 희생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범인은 또 경찰에 대해 자신을 체포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차라리 무고한 죽음을 막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