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극장에 무장괴한들이 난입, 관객 700여명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하는 사상 모스크바 최악의 인질극 사태가 빚어졌다. 이날 오후 9시 5분께(현지시간) 모스크바 남쪽 멜니코바 거리 7번지 '돔 꿀뜨르이(문화의 집)' 극장에 체첸 출신으로 보이는 무장 괴한 30여명이 기관총을 공중에 난사하며 난입했다. 몸에 각각 폭발물을 지니고 극장에 들어선 괴한들은 관객들을 극장 한 켠으로 몰아넣고 경찰이 무력 진압에 나설 경우 극장 건물을 폭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괴한들은 극장 진입 직후 자신들을 체첸 출신이라고 밝혔으며, 체첸 전쟁의 즉각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괴한들 중에는 일부 여성도 포함돼 있으며, 여성들은 모두 얼굴 전체를 가리는 차도르를, 남자들은 마스크를 하고 있다고 러시아 언론이 목격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괴한들은 극장에 들어선 직후 어린이 20여 명을 포함한 그루지야 출신 관객들을 우선 풀어줬다고 설명했다. 괴한들은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러시아 내무부 산하 특수부대 '오몬'과 대(對) 테러 진압부대 `알파부대'가 무력 진압에 나설 경우 극장 전체를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극장 안 복도에는 현재 피가 낭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인질들 중에 사망자가 있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2층 유리창을 통해 극장을 간신히 빠져나온 일부 관객들은 극장 경비원이나 관객들이 괴한들에 마구 구타를 당해 피가 흐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하자 모스크바시 당국은 오몬 요원 600명과 알파 부대원 100명, 경찰 수 백 명 외에 소방차와 구급차 등 긴급 차량 100여 대를 동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특수부대와 경찰 요원들은 극장 주변을 전면 통제한 채 당국의 진압 명령만 기다리고 있다고 언론이 전했다. 특수 요원들은 그러나 극장에 진짜 폭발물이 설치돼 있을 가능성이 있어 작전에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 테러 진압 작전은 유리 루쉬코프 모스크바 시장이 직접 현장에 나와 진두 지휘하고 있다. 테러 발생 당시 돔 꿀뜨르이 극장에서는 인기 뮤지컬 `노르드-오스트'가 공연중이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