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서부의 한 학교에서 18일 오후 권총을 든 16세 소년이 초등학생 4명을 인질로 붙잡은 채 몸값 100만유로를 요구하며 7시간여 경찰과 대치하다 인질을 모두 풀어준 뒤 체포됐다. 독일 국민들은 이번 사건이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은 채 끝났으나 지난 4월에어푸르트시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으로 범인을 포함, 17명이 죽은 참극이 벌어진지 6개월 만에 다시 학교를 무대로 사건이 벌어지자 큰 충격을 받는 모습이다. 독일 언론에 따르면 마르셀이라고만 알려진 범인은 이날 오후 2시(한국시각 18일 오후 9시)께 쾰른 인근의 소도시 바이프링엔 소재 프리덴 복합학교 2층 컴퓨터학습실에 들어가 권총을 꺼내든 뒤 수업중이던 여교사와 학생들을 위협했다. 범인은 이어 초등학교 6학년생 4명만 남긴 채 모두 나가게 한 뒤 학생을 시켜휴대전화로 연락, 몸값 100만유로(약 12억원)와 도주용 차량 1대, 새 휴대폰 1개 등을 요구토록 했다. 이 과정에서 범인은 겁이 나는 사람은 모두 나가도 좋다고 했으며, 인질로 붙잡힌 4명은 모두 자청해서 남게 됐다고 교실에 있던 학생들은 전했다. 경찰은 학교 내에 있던 700여 명의 학생과 교사를 모두 소개시킨 뒤 건물을 포위한 채 오후 3시 께부터 휴대전화를 이용해 인질들의 안전과 석방을 요구하며 범인과 협상을 벌였다. 범인은 오후 8시께부터 수 분 간격으로 인질 2명을 풀어줬으며, 오후 9시10분께나머지 두 명도 풀어준 뒤 무기를 경찰에 반납하고 체포됐다. 경찰이 협상과정에서 실제 100만 유로를 건넸는지 또는 범인이 단순히 세간의주목을 끌려고 벌인 일인지 등 범인의 정확한 신원과 범행 동기는 아직 분명치 않다. 그러나 인질극을 벌인 소년은 이 학교를 다녔으나 졸업을 하지 못한 채 학교를떠나 사설 경비업체에서 일한 바 있으며, 이때 얻은 것으로 보이는 독일군 군복과방탄조끼차림으로 나타나 친구들에게 자랑하곤 했다고 옛 동료학생들은 전했다. 그는 또 초등학교와 공업계 레알슐레, 하우프트슐레 등이 함께 있는 프리덴 복합학교를 다니기 전에도 여러 학교를 옮겨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우프트슐레는 초등학교 졸업 뒤 진학하는 직업학교이며, 레알슐레는 하우프트슐레와 김나지움(인문계 고교)의 중간 성격을 띤 실업학교다. 한편 지난 4월 에어푸르트시 구텐베르크고교에서는 학교를 졸업하지 못하고 떠나야 했던 학생이 학교에 뛰어들어 권총을 난사해 교사 13명과 학생 2명, 경찰 1명을 죽이고 자살하는 독일 사상 최악의 학교를 무대로 한 유혈극이 벌어졌다. 당시 범인은 사격 면허를 이용, 권총을 입수했던 것으로 드러났으며, 독일 의회는 총기 소지 허용 연령을 높이는 등 총기관리 규제를 강화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