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대해 군사행동 위협을 포함하는 유엔의 강경 결의안 채택을 추진중인 미국이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사국들과 세계 여론의 반대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타협안을 마련했다고 유엔 주재 외교관들이 17일 밝혔다. 외교관들은 하나의 결의안에 이라크의 무기사찰 수용과 무장해제를 강력히 촉구하고 불응할 경우 군사행동에 대한 경고까지를 포함하자는 방안을 고집해온 미국이 일단 무기사찰단이 이라크의 무장해제 의지를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쪽으로선회했다고 전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이 자신에게 미국과 영국은 러시아의 의견을 고려해 새로운 결의안 초안을 마련할 것이며 하루나 이틀 뒤 안보리에 제출할 것임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우리는 국제사회의 단결을 유지하고 사찰단이 이라크에 복귀해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에 좋은 여건이 조성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제레미 그린스톡 유엔주재 영국대사도 "우리는 안보리의 단결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해 다른 이사국들의 견해를 존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미국과 영국이 마련한 새 결의안은 이라크가 사찰단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무장해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시 유엔 안보리 대응방안을 논의하자는 프랑스 등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의 요구를 수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교관들은 새로운 대 이라크 결의안에는 명시적인 군사행동 가능성은 아니더라도 이라크의 저항이 계속될 경우 그에 따르는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조항은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항을 두고 미국은 사실상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의 승인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이사국들은 군사행동에 들어가기 전에 안보리의 최종승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이 점에 대한 입장정리가 이라크 문제를둘러싼 안보리 논의의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이처럼 입장을 선회한 것은 특히 안보리 결의안 채택에 관해 거부권을가진 프랑스와 러시아, 중국 등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기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사실상 자국의 뜻대로 안보리 결의안을 관철시키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자신이 주창한 이른바 `2단계 해법'을 고수할 것이라는 입장과 함께 미국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있음을 시사하기까지 했다. 뿐만 아니라 안보리 이사국이 아닌 일반 유엔 회원국들이 대거 참가한 가운데 16일부터 이틀간 계속된 안보리 공개회의에서도 미국의 소수 동맹국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유엔 무기사찰단이 일단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등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제사회 태도도 타협안 마련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