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문제를 둘러싸고 장기간 논의를 거듭해오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16일 비동맹운동(NAM)의 요구에 따라 공개회의를 개최했다. 예상했던대로 공개회의에 참석한 국가들은 대부분 "이라크는 유엔 결의를 준수해야 하며 미국은 일방적 군사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각기 처한 입장에 따라 구체적인 해법은 저마다 달라 접점을 찾기 어려웠다. 이라크의 모하메드 알두리 유엔 대사는 미국을 비난하고 기존 절차에 따라 무기사찰단이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데 연설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알두리 대사는 "미국은 후안무치하게도 군사적 침공과 이라크 점령에 관한 계획은 물론 심지어 중동지역의 지도를 바꿔놓고 석유자원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는계획을 밝히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이 세계를 자신의 패권 아래 두려는 계획의 일환으로 안전보장이사회에 "백지수표"를 요구하고 있으며 엄청난 선전조직을 이용해 이라크가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거짓말을 거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두리 대사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재입국 조치는 이라크가 더 이상 대량파괴무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입증하게 될 것이며 이라크에 대한 제재 종식을 포함한 포괄적인 해결을 촉진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따라서 새로운 유엔 결의안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공개회의를 처음 제안한 NAM의 대표로 나선 두미사니 쿠말로 남아프리카공화국대사는 이라크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명시된 의무들을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무기사찰단 재입국 허용조치는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공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유엔 회원국에 대한 어떠한 일방적인 행동도 단호히 거부한다"는 NAM의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안보리는 유엔 무기사찰단이 임무를 재개할 수 있도록 지체없이 이라크 복귀를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모하마드 압둘하산 쿠웨이트 대사도 일방적인 행동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쿠웨이트는 유엔의 틀 안에서가 아니었다면 이라크 점령으로부터 해방될 수 없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특히 유엔의 틀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라크에 대한 군사행동은 "이라크 형제들의 고통을 더하게 되는 부정적 효과가 우려되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라크에 대해서도 안보리결의를 전면 이행함으로써 국민의 목숨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압둘하산 대사는 지적했다. 17일까지 계속되는 안보리 공개회의에는 15개 안보리 이사국 모두와 52개 비이사국들이 발언신청을 했다. 한국 유엔대표부도 한때 발언을 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미묘한 사안에 어느쪽으로 편향된 언급을 하기 어렵고 알맹이 없는 발언을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결국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대표부 관계자가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