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중 하나가 왠만한 백화점보다 큰 규모의 장난감 소매체인 '토이저러스(ToysRus)'다. 여기서 잘 팔리는 장난감은 '최전방지휘본부'.창문이 깨지고 포탄자국이 난 건물에서 군인들이 총을 들고 전투자세를 취하는 30달러짜리 장난감세트다. 어른들이 자주 찾는 JC페니백화점에서도 45달러하는 전쟁터 장난감세트가 매장의 가장 앞에 진열되어 있다. 대부분의 상점에서 5세이하 대상의 간단한 전쟁모형완구에서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살아 돌아온 자유용사들'등이 예외없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이라크'가 전쟁 대상으로 부상하면서 사막전 관련 장난감들이 대거 출시되고 있다. 상원과 하원에서 이라크공격에 대한 동의를 받아놓고 있는 조지 부시대통령이 연일 전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 요즘 어른세계는 물론 어린이세계에서도 '전쟁'이 뚜렷한 주제로 부각되고 있다. 전쟁 얘기가 신문과 TV보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최근들어 수도 워싱턴 DC주변을 공포로 몰고가고 있는 이른바 '저격수'의 무차별 살해극도 어린이들에게는 전쟁에 대한 긴장감을 높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은 청소년계층도 예외가 아니다. 청소년들이 타킷인 비디오게임시장에서도 전쟁게임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얼마전 유행했던 '하프-라이프'란 게임을 테러와 반테러 집단간의 전쟁으로 개작한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인터넷을 통한 무료사용자가 미국 최고 인기 TV프로그램인 '친구(Friends)'에 육박하고 있다. '하프-라이프'에 2차 세계대전의 분위기를 가미해서 만든 '패배의 날'이란 노래도 빠르게 유포되고 있다. 군당국도 이에 편승해 군대가 어떻게 활동하는가를 알려주는 전쟁놀이 비디오게임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을 정도다. 심리학자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전쟁놀이를 통해 공포감을 해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쟁장난감이 유행하는데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해소해야 할 전쟁공포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게 요즘 미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