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군부쿠데타 이후 처음 실시된 파키스탄 총선 개표를 잠정 집계한 결과 어느 당도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나타나 정파간 연립정부 구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를 기치로 내건 6개 정당의 연합인 `무타히다 마즐리스-에-아말(MMA.연합행동전선)'이 아프간 접경지대인 북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향후 연정에서 캐스팅 보트 정당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졌다. 파키스탄 현지 소식통들은 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인용,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에 우호적인 친정부 정당인 파키스탄 이슬람동맹(PML-Q)이 11일 오후 1시(현지시간) 현재까지 공식 개표한 170개 의석 중 54석을 확보하면서 주요 야당인 파키스탄인민당(PPP) 등을 앞서고 있다고 전했다. PPP는 현재 39석을 확보하는데 그쳤으며 또 다른 야당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파키스탄 이슬람동맹-나와즈(PML-N)'는 12석을 얻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주요 야당의 부진 속에 이슬람 근본주의를 기치로 내건 MMA는 아프가니스탄 접경 북서변경주(NWFP)를 휩쓰는 등 전국적으로 34석을 확보하는 약진을 보였다. 총 342석인 파키스탄 하원은 이번 총선을 통해 지역구 직접선거를 통해 272석을확정하며 나머지 70석은 여성계, 소수 민족 등을 위해 할당된다. 그러나 PPP를 이끌고 있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는 이번 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짓고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으며, PML-N측도 투표결과를 부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부토 전총리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개표결과는 진실한 결과가 아니다. 선거부정을 고발한다. 모두 사기이며 조작된 결과"라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독립된 기관과 투명한 선거절차에 의한 재선거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울러 "유감스럽게도 개표가 투명한 방법으로 집행되지 않았다. 정권이 밤사이에 조작을 획책했다"고 강조했다. PML-N의 사예드 자파르 알리 샤 부총재도 "모든 것이 사전에 정해졌다"면서 "파키스탄 국민들의 선택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개표결과에 반발했다. 이번 총선과정은 유럽연합(EU)과 영국연방, 미국, 일본 등에서 온 300여명의 공식.비공식 참관단이 선거과정을 모니터하고 있다. 영연방 팀은 투표당일 투표행위는 "조직적으로 잘 치러졌으며 대부분 투명했다"고 평가했으나 선거 전 정부활동의 공정성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영연방 팀장으로 전직 말레이시아 각료인 탄 스리 무사 히탐은 또 정부가 특정정당이나 후보에 대한 지지를 유도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그는 "이번 선거가 진정공정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부토 전 총리는 부패 혐의로 이번 총선 출마가 봉쇄됐고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망명중인 샤리프 전 총리도 법원에서 납치 및 테러 혐의가 인정된 후 발이 묶였다. 한편 친(親) 탈레반 성향의 MMA의 약진은 미군이 아프간에서 탈레반 정권을 몰아내는 일을 지원한 무샤라프 대통령의 친미(親美) 정책을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북서변경주 유권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NWFP 등 아프간 접경 지역에서 이들이 돌풍을 일으킨 것은 이 지역이 친탈레반성향을 보이고 있는 파슈툰족의 기반이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정치 분석가들은 MMA가 향후 정국에서 권력의 균형을 조절하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 MMA의 약진이 무샤라프 대통령의 입지를 흔들지는 못하겠지만 미국의 정책에호응하거나 종교 근본주의를 뿌리뽑겠다는 기존 정책을 재고하도록 만드는 계기가될 수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슬라마바드 AP.AFP.dpa=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