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 39대 대통령을 지낸 지미 카터는 재임시보다 퇴임후의 행적이 더욱 아름다운 대통령으로 꼽힌다. 퇴임후 '마틴 루터 킹 평화상''유엔 인권상'을 비롯해 미국 최고의 시민상인 '자유의 메달'등을 수상했으며 해마다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돼 온 인물이다. 1924년 미국 조지아주에서 땅콩농업가인 상원의원의 아들로 태어난 지미 카터는 62년 민주당 소속으로 조지아주 상원의원에 선출돼 정계에 진출한 뒤 76년 공화당 후보인 리처드 포드 대통령을 물리치고 대통령직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백악관 생활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이란 억류 미국 인질사건 등으로 인해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낙인이 찍힌채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패해 연임에 실패했다. 이후 그는 평화를 중재하고 빈곤과 질병퇴치 운동에 온 힘을 기울이게 된다. 국제분쟁의 해결사로 지구촌 곳곳을 누볐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집을 지어주는 해비타드(사랑의 집짓기)운동 처럼 자원봉사에도 정열을 쏟았다. 그는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80년대 초반 사형선고를 받았던 김대중 대통령의 구명운동에 관여했다. 지난해 8월에는 전세계 9천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충남 아산 등지를 돌며 '지미카터 특별건축사업'을 벌여 영세민 1백36가구에 예쁜 목조주택을 지어주었다. 군나르 베르제 노벨상위원회 위원장은 평화 운동을 전개해 온 지미 카터를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무력에 의한 대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려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의미도 담겨 있다고 논평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