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버논 스미스 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전통적인 경제학에 '심리학'과 '모의실험'을 새롭게 결합시킨 선구자들이다. 이기심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토대로 경제행위를 한다는 인간형(호모 에쿠노미쿠스)을 전제로 경제이론을 정립해온 기존 학계의 흐름과는 달리 통제된 실험실에서 직접 실험함으로써 경제이론들을 새롭게 썼다. 카너먼 교수는 심리학적 실험기법을 도입하고 이를 직접 실험,전통 경제이론의 분석이 실제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히는데 주력했다. 스미스 교수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양태를 분석하고 경제이론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실험 경제학'을 창시했다. 실험경제학을 전공한 한경동 외국어대 경제학교수는 "경제학에 필요한 통계를 실험실에서 직접 만들어내는 실험경제학은 60년대 미국에서 스미스 교수가 시작했으며 80년대부터 각광을 받았다"며 "지금은 미국 국립과학기금(NSF)에서 지원하는 연구자금의 절반 이상이 실험경제학에 배정될 만큼 활성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경제학과 같은 사회과학에서는 실험이 불가능하다는 게 과거의 인식이었다"며 "경제문제도 실험할 수 있다는 접근법은 경제학에서 유용한 연구방법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험경제학은 정부가 국영기업을 민영화하거나 물자를 조달할때 민간통신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우에도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현실과 유사한 모의시장을 구성(market design)한 후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새로운 정책의 유효성과 문제점을 미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공기업 민영화와 통신사업자 선정,대통령선거 등에서 실험경제학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학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