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경기가 좀처럼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은행강도 사건이 급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미 연방수사국(FBI)이 접수한 은행강도 사건은 모두 8천322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17%나 늘어났으며 특히 매사추세츠주의 경우 70%나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60년대 은행강도 사건이 한해 약 500건에 그쳤던 것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며 비교적 최근인 지난 80년대의 한해 6천-7천건에 비해서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경기부진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은행강도 사건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정작 FBI 등 수사당국은 테러사태 등 다른 중요한 사안들이 많다며 적극적으로 대책을 내놓지 않은채 은행들에 대해 자체적으로 대비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사태를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수사당국은 은행들에 대해 건물외부에 무장한 정복 경비원을 두고 은행내부 창구 앞에는 방탄 플라스틱막을 설치하거나 고객들을 대상으로 무기소지 여부를 수시로 검사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들로서는 최근들어 강도사건에서 인명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데다 피해액이 대부분 소액이고 이마저 보험으로 보상이 되기 때문에 수사당국이 요구하는 대비책은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지난 2000년에 발생한 은행강도 사건 가운데 폭력사태가 개입된 비율은 전체의 5%에 그쳐 사망자도 19명에 불과했으며 은행강도 사건으로 인한 평균 피해액도 1천200달러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은행강도 사건의 경우 범행이 성공한다 하더라도 검거율이 60%에 달해 일반 절도사건의 범인검거율 25%를 훨씬 상회하기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플릿보스턴 파이낸셜의 프레드 틸리 보안책임자는 "FBI는 무장경비원과 방어막 설치를 원하고 있으나 이로 인해 위험이 사라지리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이는 더 많은 사상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