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바 마사토시 도쿄대 명예교수가 2002년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 중 한명으로 선정된 다음 날인 9일 일본 열도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언론들은 "일본 과학계의 실력을 세계가 인정했다"며 일제히 갈채를 보내는 한편 독창성이 약하다고 지적받아 온 일본 과학계가 그동안의 설움을 말끔히 씻어냈다고 환호했다. 일본이 과학부문에서 받은 노벨상은 이번으로 모두 8번째다. 유가와 히데키 교토대 교수가 1949년 물리학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물리학이 4회,화학이 3회,의학이 1회다. 특히 히라카와 히데키 쓰쿠바대 명예교수가 2000년 화학상을 받은데 이어 2001년에는 노요리 료지 나고야대 교수가 역시 화학상을 수상,기초과학 분야에서 3년 연속 수상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일본 과학계와 언론은 올 수상이 여러 면에서 특히 큰 의미를 갖고 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이론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소립자관측이라는 천체실험에서 쌓은 업적을 평가받아 상을 받게 된 데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이 노벨상 수상자를 연속 배출하며 과학강국의 위상을 굳히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 학계는 묵묵히 자신의 연구과제와 씨름하는 과학두뇌의 층이 두껍다는 점을 첫번째 이유로 꼽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를 5명 배출한 교토대의 나가오 마코토 총장은 "자신이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도록 존중하고 도와주는 학풍이야말로 가장 큰 정신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지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지난해 '과학기술 5개년 기본계획'을 확정,과학진흥에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24조엔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50년간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길러낸다는 수치적 목표까지 제시해 놓은 상태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