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식인과의 대담] 밀턴 프리드먼 <美 시카고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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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하 메시지 ]
I applaud Korea for its recent rapid progress and for the growth of economic freedom - in trde & foreign exchange.
한국이 최근 급속도로 성장하고 무역과 환율면에서 경제자유를 진전시킨데 대해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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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주의학파의 태두인 밀튼 프리드먼 교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자택을 찾아가 만난 그는 90세의 나이답지 않게 건강해 보였다.
인터뷰 도중 목이 칼칼해져 물 한 컵을 마신 것 외에는 1시간 내내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생애 동반자인 로즈 프리드먼 여사와 함께 도심 언덕 꼭대기 아파트에 살고 있는 그는 인근 식당이나 마켓까지 걸어다니고 때로는 BMW 컨버터블을 직접 운전하고 다닐 정도는 된다고 했다.
경제대가로서의 경륜과 여유에서 나오는 답변은 간결했다.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은 희박하다" "IMF는 없어져야 한다" "일본경제를 낙관한다"는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주저없이 소신을 밝혔다.
30여년전 한국은행 초청으로 딱 한번 한국을 방문한 프리드먼은 새 정부에 대한 정책권고를 부탁하자 정부역할 축소와 시장경제 구축을 강조했다.
[ 대담 = 고광철 워싱턴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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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미국 경제가 더블 딥(짧은 회복후 재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더블 딥은 거의 없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증시동향에 과민 반응함으로써 더블 딥을 걱정하고 있지만 실제 미국 경제는 통신산업을 제외하곤 비교적 괜찮은 편입니다.
인플레가 안정돼 있고 경기 부진치고는 실업률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경기회복 속도는 느린 편입니다.
늘 그렇듯이 경기팽창기 초기엔 속도가 빠르지 않습니다.
1990년대초 경기회복기에도 그랬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증시침체를 과도하게 우려한 나머지 불필요하게 더블 딥을 걱정한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습니다.
언론이 증시동향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증시가 하강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것만을 너무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이 세계경제의 엔진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지 않습니까.
"일반적으로 경제를 보는 시각은 두가지입니다.
한가지는 '아래서 위로' 평가하는 것으로 소비 투자 주택경기 등을 토대로 경제를 보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위에서 아래로' 평가하는 방법입니다.
이것은 경제의 기본적인 동력을 통해서 경제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아래서 위로' 접근하면 모양새가 좋아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위에서 아래로' 접근하면 더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1차례 금리를 내렸습니다.
추가로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중요한 것은 금리수준이 아닙니다.
통화의 절대량이 중요합니다.
최근 6개월간 통화량은 연간 기준으로 10% 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10% 통화량 증가는 많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지만 지금같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지금은 9.11 테러와 기업회계스캔들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습니다.
그런 상황을 감안할 때 통화량은 과다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지금은 통화량(유동성)이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금리인하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미국의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선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정부가 지출을 늘렸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항상 재정을 늘리려 하지만 그것은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정부 지출은 줄여야 합니다.
세율도 낮은게 좋습니다."
-미국 정부는 자유무역을 외치면서 외국산 철강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습니다.
말과 현실이 다른 것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자유무역을 주창하면서 농업에 과도한 보조금을 지급하고 한국 등이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제품이나 캐나다산 목재에 높은 관세를 매긴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에 나쁜 영향을 줍니다."
-지난 9월말 IMF/IBRD(세계은행) 연차 총회에서 국제화 및 IMF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반세계화 단체들의 주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국제화는 필요합니다.
다만 그들이 비판했던 IMF는 없어져야 할 기구라고 생각합니다.
IMF는 2차 대전 후 고정환율제도를 지지하기 위해 탄생했지만 지난 73년 금본위제도가 폐지되면서 탄생목적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기능이 없어진 이상 기구도 없애야 합니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임박한 듯한 느낌입니다.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자폭할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령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극히 제한적인 전쟁이 될 것이기 때문에 세계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일본 경제상황이 또다시 어려워지는 듯 합니다.
10년간의 경기침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견해가 많은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저는 일본경제를 비교적 낙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경기회복 초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일본 중앙은행은 좀더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통화를 늘려 디플레(경기침체)를 탈출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들어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적극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합니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사겠다는 것은 아주 나쁜 아이디어입니다.
특이한 것은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중국 한국 등이 빠른 성장을 하고 있어 세계경제에서 유일하게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동아시아가 세계 경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구조조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내년 2월이면 새 정부가 들어서는데 어떤 경제정책을 택해야 합니까.
"한국경제에 대해선 깊이 분석하지 못해 많은 얘기를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정책권고를 한다면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경제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것도 아주 중요합니다.
정부는 시장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고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한국이 IMF 위기 이후 회계기준을 포함한 미국의 규범과 정책을 세계의 표준처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터진 회계스캔들로 혼란을 겪고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합니까.
"회계스캔들이 터졌지만 그것은 미국 전체 기업 중 극히 일부 기업에서 생긴 일입니다.
그런 회계스캔들은 정부가 찾아내기 전에 이미 시장에서 먼저 신호를 보냈습니다.
엔론 같은 스캔들이 터진 것도 시장의 결함이 드러난 것이 아니라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완전한 자본주의도 없습니다.
처칠이 한 얘기가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나쁘지만 다른 체제는 더 나쁘다'고요."
< gwang@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