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예멘 동부 해안에서 발생한 프랑스 유조선 랭부르호 폭발사건이 테러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됨에 따라 예멘이 또다시 국제적인 테러무대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예멘의 고대 이미지는 오늘날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다른 사막지대와 달리 오아시스가 발달한 예멘은 '시바의 여왕'이 통치하는 땅으로, 고대 로마제국 시절부터 '풍요로운 아라비아(Arabia Ferix)'로 널리 알려졌다. 또 아랍과 아프리카, 아시아를 연결하는 향신료길의 요충지에 위치한 그야말로 '축복의 땅'이었다. 인구 1천600만명에 불과한 예멘이 국제적인 대형테러에 휘말린 것은 최근의 일. 특히 지난 1990년 남북 예멘을 통합한 예멘공화국이 출범한 이후 정세불안은 증폭됐다. 공산주의 남예멘이 보수적인 북예멘과 통합한 후 10여년 동안 이 통일국가는 간헐적인 납치와 폭탄테러를 겪어왔다. 가장 큰 불안요인은 부족간 분쟁이었다. 또 외국인이 많이 주재하고 있는 특성상 금전적인 이유로 인한 납치도 빈발했다. 최근 발생한 가장 큰 테러사건은 지난 2000년 10월12일 발생한 미 해군함 콜호 사건. 당시 재급유를 위해 아덴항에 정박중이던 콜호는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보이는 폭탄테러 공격을 받아 미 해병 17명이 사망하고 38명이 부상했다. 또 이 사건 이전에도 해마다 수십명의 외국인이 납치되는 등 예멘에서의 테러는 일상적으로 발생했다. 1993년 예멘 주둔 미군이 전원 철수한 직후 미국 대사관 밖과미국인이 머물고 있던 호텔에서 폭탄 폭발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보전문가들은 예멘을 `테러단체의 피난처'로 지칭하고 있다. 예멘내에는 상당수 중동 테러단체의 조직원과 동조자들이 활동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영국의 BBC방송을 비롯한 서방언론 기자들은 예멘에서 '9.11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을 존경하는 일반 대중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고 전할 정도로 예멘은 반미감정과 아랍 전통 고수주의가 공존하고 있다. 이라크 공격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조지 W. 부시대통령은 현지에선 '악마의 화신'으로 여겨지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