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의 최종 지위를 둘러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립이 폭발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예루살렘은 양측간 최종 평화협정을 가로막는 최대 난제로 꼽히고 있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양보할수 없는 영원한 통합 수도로 간주하고 있다. 반면팔레스타인측은 알-아크사 사원과 황금돔 사원 등 이슬람 성소들이 위치한 동예루살렘을 장차 출범할 독립국가의 수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미 국무부의 예산 책정과 관련된 2003년도 대외관계 수권법안에 서명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됐다. 미 의회가 승인한이 법안은 텔 아비브 주재 미국 대사관을 즉각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미국의 공식문서에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명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법안에 서명하면서 "예루살렘과 관련된 미국의 정책에는 변함이없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의회가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간섭하는 것은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시 대통령의 법안 서명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물론 아랍권 전체가 미국의표리부동한 중동 정책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요구에 따라 아랍연맹은 7일 카이로에서 회의를 소집,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란은 이슬람회의기구(OIC) 회원국들에 대해 알-쿠드스(예루살렘의 아랍명)위원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서는 팔레스타인 각 단체들이 주최한 규탄시위가 잇따랐다.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6일 아랍권의 공분을 등에 업고예루살렘을 향후 팔레스타인 독립국의 수도로 지정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의회도 요르단강 서안 라말라에서 특별회의를 열어 아라파트 수반이 서명한법안을 승인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부시 대통령의 법안 서명을 `재앙'이라는 극단적표현을 써가며 비난했다. 이스라엘은 아직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라아난 기신 총리실 대변인은 아라파트 수반이 서명한 예루살렘 법안에 대해 "그가 누차 서명한 휴전 선언만큼이나 무의미한 것"이라며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1967년 합병한 동예루살렘을 포함해 도시 전체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팔레스타인측의 예루살렘 법안은 상징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예루살렘에서는 벌써 이스라엘 군경과 팔레스타인 시위대간 유혈 충돌의전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4일에는 이스라엘 경찰이 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 난입, 투석으로 맞서는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섬광 수류탄을 발사했다. 지난 한주에도 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이스라엘 군경간 충돌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국은 공식적으로 양측간 대화를 통해 예루살렘의 항구 지위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노골적인 이스라엘 편향 정책에 분노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달래기엔 너무나 궁색하다. 지난 2000년 9월 동예루살렘의 알-아크사 사원에서 촉발된 인티파다로 지난 2년간 이미 2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