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7년 발생한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의 실행범 김현희가 91년 일본 수사관의 사진대조 조사에서 일본인 납치피해자 다구치 야에코 씨가 `이은혜'와 동일인물임을 확인해 준 적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5일 보도했다. 당시 일본 경찰청 외사 1과장은 서울시내 모처에서 김현희에게 여성들의 얼굴사진을 하나씩 제시했으며, 7번째 사진이 제시됐을 때 김현희가 얼굴 표정을 바꾸더니"이은혜 선생이 틀림없다"고 말했다는 것. 김현희가 `이은혜'라고 지목한 사진은 78년 사이타마(埼玉)현에서 실종된 다구치(당시 22세)씨의 것이었다. 김현희는 또 자신에게 일본어를 가르쳐 준 일본인 여선생인 `이은혜'라는 여성의 출생지, 신체특징, 가족관계, 성격, 말씨 등의 특징을 말했으며, 이는 다구치 가족들이 전한 내용과 일치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런 김현희의 증언에 따라 일본 경찰은 91년 당시 `이은혜'를 다구치 씨로 단정했다. 지난달 17일 북.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측이 다구치 씨가 사망했다고 통보하자 일본측은 자연스럽게 이은혜가 사망했고, 북한이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의 책임을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방북한 일본 정부조사단에게 다구치 씨는 이은혜라는 인물과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