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4일 미국이 지원하는 라디오 방송 `라디오 프리 유럽/라디오 리버티(RFE/RL)'의 방송 특권을 취소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지난 11년간 RFE/RL에 모스크바 지국 개설권과 외무부 특별인가, 특별 통신채널 사용권 등 특권을 부여해온 법령을 폐지했다고 크렘린 공보실이 밝혔다. 이번 조치가 RFE/RL에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아직 모르지만, RFE/RL 활동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RFE/RL은 이제 다른 언론과 같이 일반 언론법의 규제를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크렘린 공보실은 "이번 조치는 다른 언론과 형평성 차원에서 취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RFE/RL의 그동안 보도 방향에 대한 불만에서 나온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크렘린은 RFE/RL이 최근 수 년 동안 러시아군의 체첸내 인권 유린 상황을 중점보도한 데 주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 크렘린 관계자도 "이번 조치는 RFE/RL의 보도 경향과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방송은 그동안 러시아 정책을 왜곡 보도해 왔다"고 말해 이같은심기의 일단을 반영했다. 이 관계자는 또 "RFE/RL은 냉전이 끝났음에도 불구, 기존의 이념적 편향을 보였으며 심지어 편견을 드러내기도 했다"면서 "이같은 경향은 특히 체첸과 우크라이나상황 보도에서 두드러졌다"고 주장했다. RFE/RL의 특별 지위를 인정하는 법령은 1991년 보수파 쿠데타 실패 직후 보리스옐친 대통령에 의해 서명돼 지금까지 유지돼 왔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