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이라크와의 전쟁시 받게 될지도 모를 생화학공격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도 취약한 부분이 많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일 보도했다. 저널은 유엔 무기사찰단의 보고서를 인용해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해 2천-3천명의 이란 병사들을 숨지게 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대통령이 걸프전 발발 직전인 1990년 말에서 이듬해 초 수천기의 로켓탄과 포탄에 각종 생화학 무기를 채워 넣을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라크가 미군에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것은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보복 위협 때문이었겠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목표가 후세인 정권의 축출에 있는 만큼 이와 같은 위협은 먹혀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저널은 지적했다. 유엔 무기사찰단은 1998년 이라크에서 쫓겨나기 전까지 수백㎢의 면적을 오염시킬 수 있는 2천850t의 겨자가스와 15㎢ 이상의 면적에 배치된 병사들을 살해할 수있는 5.5t의 사린가스, 사이클로사린가스, VX신경가스, 그리고 1만ℓ의 탄저균과 2만3천ℓ의 보툴리누스균 등을 파괴했다. 그러나 무기사찰이 없었던 지난 4년간 이라크가 생화학 무기 생산을 재개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이 신문은 추정했다. 카타르 도하의 미군기지에 파견돼 있는 생화학전 전문가 제임스 블랭큰혼 소령은 월 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가 트럭이나 배, 농약살포용 항공기 등을 이용해 투입한 소규모 특수부대가 바람이 불어오는 쪽의 수㎞ 거리에서 생화학제제를 뿌리는 사태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블랭큰혼 소장은 이런 경우 생화학 탐지장치가 이라크의 공격을 탐지해 미군 병사들이 보호장구를 착용하기 이전에 이미 수백명이 감염될 것이며 VX 신경가스와 같이 효과가 더 오래 지속되는 제제의 경우 제독작업이 벌어지는 동안 탱크와 장갑자등 수많은 무기와 차량들의 발을 묶게 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군은 이라크의 생화학공격에 대비해 화학무기에 노출된 병사들과 민감한 전자장비들을 제독할 수 있는 제독제 16만ℓ를 중동지역에 운송해 시험할 계획이며 이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중부군 사령부는 이 제독제를 최대 454만ℓ까지 생산토록 해당업체에 주문했다. 미군은 이밖에 생화학전 담당 예비역들의 소집기간을 연장하는 한편 심리전 담당자들은 이라크군 장교들에 대해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라는 지시에 따를 경우 전범법정에 서게 될 것임을 경고하는 방송과 전단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이와같은 대비태세 강화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의 생화학 공격 대상이 될수 있는 중동지역 미군 주둔 국가들은 이에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는 등 문제점도많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1990년대 말에 생산된 25만벌의 생화학 공격 보호복은 결함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일부가 아직 창고에 그대로 보관돼 있다. 또 다수의 병사들이 부피가 크고 무거운 보호복을 착용하는 훈련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밖에 지난 10년간 생화학 공격 탐지기 성능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파우더형 VX 신경가스 등 일부 생화학 제제에 대해서는 탐지가 불가능한 것도 문제라고 저널은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