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외국인 투자와 자본주의 실험장으로 선택한 신의주 특별행정구가 자칫 평양하늘에 미완성인 채 우뚝 서있는 105층짜리 유경호텔과 같이 또 하나의 거대한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미 시사주간 `타임'이 최신호(7일자)에서 보도했다. 타임은 `색다른 행정특구'라는 신의주발 기사를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된 공산국가 북한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신의주 특구의 성공가능성을 진단한 결과"성의만 가지고 특구를 진척시킬 수 없다"는 결론을 제시했다. 타임은 우선 주민들의 높은 기대감을 전했다. 신의주 신발공장에 근무하는 리혁 등 4천여명의 근로자들은 신의주 특구라는 거대한 변화가 밀려오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상업활동 부양을 약속한 변화가 자신들의 궁핍한 삶을 호전시켜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비극은 그들이 신의주 특구의 자세한 내용을 모른다는데 있다고 타임은지 적했다. 바로 신의주 개발을 위해 자신들이 신의주 밖으로 강제이주되는 사실을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 그리고 아직 설치되지 않았지만 신의주를 둘러친 장벽이그들을 신의주와 격리시킬 것이라는 점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이것이 성공하면 북한 전역이 개방될 지도 모른다"는 양빈(楊斌) 신의주특구 행정장관의 말처럼 신의주 특구의 성공이 가시화될 경우 새로운 구상과 신규자금이 퍼져나가 북한이 대변화의 물결에 휩쓸릴 것이라고 타임은 전했다. 그리고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이 신의주 특구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타임은 "신의주 특구는 북한의 우방인 중국을 겨냥하고있다"면서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는 신의주 국경이 중국 노동자와 기업에 개방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이 북한에게 `공산국가를 자본주의식이 가미된 경제체제로 변모시키는'방법을 가르쳐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면서 타임은 신의주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곳이 얼마나 변화가 필요한 지역인지를 대번에 알 수있다는 것이다. 텅텅 빈 대로는 말할 것도 없고 작은 시골마을들이 논과 옥수수밭 사이에 편히자리잡고 있고 농부들은 여전히 괭이와 낫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 아이들은 밤마다`위대한 지도자' 김일성 동상을 비추는 조명등 아래로 몰려들고 있다. 동상 주변은아마도 전력사정이 여의치 않아 침침한 신의주시내에서 가장 밝은 장소일 것이라고타임은 소개하기도 했다. 신의주의 대인민학습당 학생들이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장착된 컴퓨터를 응시하고 있지만 인터넷망이 없어 도서관 사이트만 서핑하고 있다는 것도 덧붙였다. 타임은 또 김정일 위원장이 개혁의 대리인으로 네덜란드 국적을 가진 중국계인 양빈을 특구장관으로 임명했다는 사실 자체가 북한인들이 스스로 개혁할 수없음을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타임은 양빈 장관이 김정일 배지를 라코스테 골프셔츠의 악어 상표 옆에 달고 기자회견하는 모습을 비꼬기도 했다. 한마디로 신의주는 인프라 면에서 대변화를 유도할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타임은 강조했다. 양빈 장관이 신의주의 인프라 조성자금을 국제 금융기관에 의존할 생각이지만 1990년대 중반 나진.선봉 자유무역지대가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점이 신의주 특구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위험도를 판단할 수없는 북한에 외국 투자자들이 어떻게 돈을 투자할 수있겠느냐는 것이다. 타임은 양빈 장관의 신뢰도에도 의문을 제시했다. 북한에 조그만 농업관련 회사 지분을 갖고 있다는 양빈 장관은 지난해 포브스지가 9억달러 상당의 재산을 가진 중국 2위의 부자로 지목했지만 여전히 좋지 않은 소문이 나돌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중국 동북부 선양에 건설중인 네덜란드식 주택지와 테마공원을 둘러싸고 탈세소문 등이 도는 등 확실한 신뢰를 심어주지 못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