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 20년간의 개혁.개방조치를 통해 사회주의에 시장경제를 접목한 초유의 실험에 성공한데 이어 국가 자본주의의 길목으로 접어들고 있다. 29일 워싱턴 포스트(WP) 인터넷판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일당 독재를 지속,정치권력을 장악하면서 경제적 자유 확대를 허용하는 균형을 이루기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자본주의 대기업 육성에 나섰다. 초기 국가 자본주의에 해당하는 재벌 육성을 위해 그러나 공산당은 당의 혜택과정치적 유대 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당과 정부는 소수의 사기업을 발탁해 세제 우대, 토지거래 혜택, 독점 계약 등을 통해 대기업으로 육성해주고 대신 재벌들은 성공적인 기업 경영, 납세,절대적인충성심으로 그같은 지원에 보답하는 것이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 특색이다. 자본주의자와 공산당의 이같은 결합형태는 당이 급변해가고 있는 정치, 경제,사회 환경 속에서 국가 권력 장악을 유지하는데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겸 공산당 총서기는 이미 지난 2001년 7월1일 사기업가들의 공산당 입당을 환영한다고 발표했고, 공산당은 오는 11월8일 개막되는 제16기 전국대표대회(16大.전당대회)에서 기업가 수명을 막강한 중앙위원직에 선출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당헌인 당장(黨章)에 자본주의 생산방식과 자본가를 완전히 포용하는 내용의 이른바 3개대표 이론을 삽입, 자본가의 입당을 정식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지도부는 16대에서 차세대 지도자들의 등장과 부분 또는 전면적인 권력개편 이외에 또 다른 권력 및 영향력 경쟁에 직면해 있다는 분석은 자본가 세력의 대두를 염두에 둔 것이다. 공산당이 확대일로에 있는 자본가 세력을 흡수하려는 시도가 당의 장악력을 공고히 해줄 것인지 또는 정치적 변화로 가는 미봉책인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종국에 가서는 누가 누구를 흡수하는지도 확실치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사실 중국 공산당이 지난 1949년 대륙을 장악하면서 자본가는 불법이었고 인민의 적으로 탄압대상이었다. 공산당은 개인의 재산을 몰수하고 수천명의 자본가를 처형했다. 중국은 그러나 개혁.개방조치를 단행한지 20년만에 사기업이 우여곡절의 역사를겪으면서도 무섭게 성장, 사회의 당당한 한 축을 이룬 현실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사기업은 이제 중국 국내총생산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고용의 주 엔진이 되고 있다. 매년 5천만명의 새 노동력이 몰려오는 고용시장에서 사기업은 고용을 통한 사회안정에 관건이 됐다. 공산당은 자본가 계급이 텐안먼(天安門) 민주화요구 시위에 관여했고, 정치적야심을 가졌다는 의혹과 부패의 원천이 된다는 이유 등으로 곱지않은 시선을 보낸것이 사실이었으나 이제는 실체를 인정, 체제 안으로 끌어들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자본가 계층을 체제 내로 흡수하되 소수의 충성스런 재벌급 대기업을 키워 통제와 장악에 유리하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WP는 당과 재벌의 결합의 예로 먼저 우선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 정부로 부터 10억달러에 달하는 규모의 액화천연가스(LNG) 공장 건설과 중국내 판매권을 따낸광훼이 그룹의 순광신(40) 사장을 들었다. 인민해방군 대위출신으로 신장 성도(城都) 우루무치(烏魯木齊)의 해산물 식당,석유 시추장비 등으로 재력을 쌓은 순 사장은 이후 당 및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 관계에 힘입어 부동산업과 아파트 건설로 재벌이 됐다. 그의 재산은 8억4천만달러로중국 제3의 재벌에 올라있다. 수억달러의 재력가 류 용하오가 재벌이 되기 위해 걸은 행로도 순 사장과 비슷하다. 중국 사료왕으로 신시왕(新希望) 그룹 회장인 류는 지난 1993년 당이 조정하는 공상업연합회(工商業聯合會) 회원이 된데 이어 인민정치협상회의(政協)의 위원직을 차지하면서 사업이 날개를 달았다. 그는 다른 기업가들과 합작으로 중국의 첫 민간은행인 민성(民生)은행을 창립했다. 중국 국가자본주의의 태동은 사기업을 육성한 군부에서도 감지된다. 인민 해방군 연구원 출신인 런 쩡페이가 지난 1988년 설립한 화웨이 선전 기술사는 2001년 매출이 31억달러에 달하는 세계최고의 통신기기제조업체의 하나로 성장했다. 해방군은 방어통신 현대화를 이 회사에 위탁해 회사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 견인차가 됐고, 군은 10년만에 모르스 부호시대에서 디지털 마이크로웨이브, 위성과 광케이블을 갖추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대기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