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국제정치적으로 매주 중요한 주간으로 보인다. 이라크 무기사찰과 무장해제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결의안이미국과 영국의 의지대로 관철될 지 여부를 가늠할 중대 고비가 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이 강경한 새 결의안의 통과를 위해 총력 외교전을 펼치는 가운데 유엔 무기사찰단과 이라크는 30일부터 이틀간 빈에서 무기사찰 재개를 위한 실무협의를 벌인다. 미국과 영국은 아직도 새 유엔 결의에 대해 주저하는 안보리의 나머지3개 상임이사국들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을 마무리하고 수일 내에 안보리라는 `본선무대'에 오를 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미ㆍ영과 이라크는 이미 지난 주말 전초전을 치른바 있다. 미ㆍ영은 새 유엔 결의안이 통과된지 7일 안에 이라크가 수용여부를 결정토록 하고 과거 예외로 인정됐던 대통령궁 등 특수지역을 포함해 일체의 성역없이 무기사찰단의 접근이 허용돼야하며 무기사찰단원들의 신변보호를 위해 무장 보안요원들까지 파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새 결의안 초안을 마련해 안보리 이사국에 돌렸다. 반면에 이라크는 자국을 해칠 목적의 새 유엔 결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더 나아가 전쟁이 벌어질 경우 미국도 엄청난 인명 손실을 각오해야한다고 경고했다. 한치의 양보없는 양측의 강경한 입장 천명은 상대진영의 내부 분열을 최대한 부추기고 국제사회의 여론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역작용도 예상된다. 뉴욕 타임스는 전쟁까지 거론한 이라크의 강경발언이 최종적인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면 미국의 전쟁 명분을 강화해 조지 W. 부시 대통령 행정부를 오히려 기쁘게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점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영국과 함께 마련한 유엔 결의안 초안은 너무나 강경한 어조여서 그렇지 않아도 새 결의안 마련에 회의적인 나머지 강대국들의 마음을 더 멀어지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영국은 아직도 새 결의안 마련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프랑스와 러시아, 중국 등에 고위 관리를 특사로 파견해 설득에 나섰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미국이 호의적인 국제여론이 조성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만은 없다. 당장 30일 유엔 무기사찰에 참여할 감시ㆍ검증ㆍ사찰위원회(UNMOVIC)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실무자들이 빈에서 이라크 관리들과 만나 무기사찰 재개를 위한 실무적인 조건들을 협의하는 등 기존의 유엔 결의에 의한 사찰 재개 협의가 이미 시작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미국은 이미 새 유엔 결의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기사찰단이 이라크에 재입국토록 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동의하지 않은상황에서 무기사찰단이 이라크에서 활동을 재개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무한정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입국을 지연시키려 한다면 국제사회의 여론이 악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밖에 오는 11월의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는 점,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여론이 기대와는 달리 고조하지 않고 있다는 점, 무엇보다 이라크의 기후와 지형조건을감안하면 전쟁에 들어갈 경우 내년 1, 2월까지는 적어도 지상군 투입이 요구되는 단계는 마무리돼야 한다는 점 등이 미국이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요인들이다. NBC 방송은 미ㆍ영이 당초에는 30일까지는 새 결의안을 안보리에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국내 이견과 외교적 설득노력의 실패로 연기됐다고 지적했다. 이라크도 여유를 부릴 입장은 아니다. 새 유엔 결의안의 통과 여부와는 관계없이 어차피 미국과 영국의 군사행동은 거의 기정사실이 돼 있는 상황에서 미ㆍ영을국제사회에서 최대한 고립시키는 일만이 최선의 방안이다. 그러나 설사 미ㆍ영이 요구하는 정도의 강경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과거에 비해 활동범위가 훨씬 강화된 사찰단이 파견돼 대통령궁을 비롯한 민감한 지역까지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라크는 그럴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각오하고과거처럼 사찰단을 쫓아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데 고민이 있다. 결국 안보리 결의를 둘러싼 미ㆍ영과 이라크의 줄다리기는 인내심 싸움이 될 공산이 크다. 성급한 쪽이 먼저 무대를 뛰쳐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