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윤곽을 드러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유엔안보리에서 이라크 새 무기사찰을 위해 엄격한 조건을 붙인 '매우 강경하고 분명한' 새 결의안을 이라크가 7일내에 받아들이도록 시한을 정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MSNBC방송이 28일 보도했다. 이 결의안은 만일 이라크가 결의에 따르지 않는다면 결의를 이행시키기 위해 '모든 필요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측은 미국이 만든 어떤 새 규정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결의안 내용 = NBC뉴스가 입수한 미국의 결의안은 이라크가 무기사찰단과 협력하고 무장해제할 것을 요구한 과거의 유엔결의들을 `중대하게 위반'했다고 비난하고 새 결의를 따르지 않으면 이라크가 추가로 `중대한 위반'을 저지르는 것이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 결의안은 ▲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이라크에 결의에 관해 통보하고 이라크는 이때부터 7일내에 결의에 명시된 조건들을 받아들일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 이라크가 과거 특별히 취급됐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의 대통령궁을 포함한모든 장소에 전면적이고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결의안은 또 ▲이라크가 무기 프로그램을 모두 밝히고 유엔 사찰단이 인터뷰하기를 원하는 모든 관계자들에 대한 접근을 제공해야 하며 ▲ 이라크가 생물.화학 및핵무기 제조공장에 대해 안보리 결의안 채택 이후 30일내에 완벽한 내용의 해명을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의안 내용 가운데 특히 이라크 대통령궁에 대한 접근 허용요구는 지난 1998년아난 총장과 이라크간에 체결된 양해각서를 무시하는 내용으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되고 있다. 당시 각서에는 8곳의 관련 장소를 사찰대상으로 규정했으며 아난 총장이임명한 `고위 외교관' 등 대표단의 접근만 허용했다. △ 미국의 외교노력 = 미국은 이 결의안을 30일까지 안보리에서 통과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다.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 사찰단장은 30일에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라크 관계자들과 만나 사찰단의 복귀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미국은 그러나 워싱턴에서 관계부처간 토론과 일부 맹방들의 계속된 반대로 안보리에 이 결의안을 상정하는 시간이 지연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국무부 린 카셀 대변인은 "우리는 안보리의 다른 이사국들과 집중적인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영국과는 문구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 결의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거부권을 가진 영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 상임이사국들을 포함해 15개 이사국들중 9개국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미국은 이를 위해 프랑스에 이어 러시아에 마크 그로스먼 국무부 차관을 파견,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만나게 했으나 러시아측의 동의를 얻는데는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라크 반응 = 이라크의 타하 야신 라마단 부통령은 "사찰단의 입장은 결정됐으며 이라크를 해칠 목적을 가진 어떤 추가적인 과정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타리크 아지즈 부총리는 미국은 만일 이라크를 공격한다면 엄청난 손실을 입을 것이며 이라크는 `격렬한 전쟁'을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라크에 대한어떤 공격도 미국의 소풍이 되지는 않을 것이며 미국이 지난 수십년 동안 겪어 보지못했던 대가를 치를 격렬한 전쟁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라크도 미국의 결의안 채택 외교 공세에 맞서 이란에 나지 사브리 외무장관을 보내 최근 사태에 대한 지지를 모색했다.사브리 장관과 회담한 카말 하라지 이란 외무장관은 그러나 이라크에 대해 유엔 무기사찰을 수용할 것을 주문했다. △ 안보리 이사국 반응 =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이미 부시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자동적인 이 라크 공격을 가정한 어떤 결의안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프랑스는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복귀를 요구한 뒤 이라크가 이를 거부하면 두 번째 결의안 을 채택하는 2단계 과정을 지지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6일 이라크 위기는 신속하게 해결돼야 하며 새로운 유엔 결의안은 필요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로스먼 미국 특사와 28일 만난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미국 등의 결의안에 대한 분명한 언급을 피한 채 "러시아는 여전히 무기사찰단의 조속한 이라크 복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주룽지(朱鎔基) 중국총리도 시라크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프랑스의 입장을 지지하는 한편 유엔 안보리 지지없는 이라크 공격은 "헤아릴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유엔 무기사찰단의 이라크 복귀를 거듭 주장하고 나서는 등 미국과 영국의 설득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상임이사국의 반대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콜럼비아와 시리아 등 다른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도 상임이사국 전원의 지지없는 새로운 안보리 결의안 추진에 반대입장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