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지난 23일 세계 2차대전 당시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을 상기시키면서 이라크에 대한 선제공격을 경고하고 나섰다. 제4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차 덴마크를 방문중인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ASEM 연설에서 "1941년 진주만을 선제 공격한 일본의 경험은 좋은 일이 아니었다"고 회고하면서 "일본은 당시 수개월간 승리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결국 역사적으로 잘못된 것으로 입증됐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특히 1945년 일본이 결국 미국에 항복한 사실을 떠올리면서 "이런 선례로 보아 얼마나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며 "우리는 당시전쟁과 전후기간에 얻은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이날 경고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축출을 위한 선제공격에 적극적인 조지 W 부시 미행정부의 입장과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미국의 이라크 선제공격을 반대하는 일본정부의 입장을 공식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