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57)가 이끄는 사민당과 녹색당의 '적·녹(赤綠)연정'이 승리했다. 이에 따라 슈뢰더 총리는 4년 임기의 총리직을 연임하게 됐다. 독일 선거관리위원회가 23일 발표한 잠정집계에 따르면 사민당은 2백51석을 차지,야당인 기민·기사당연합(2백48석)을 물리치고 제1당의 자리를 유지했다. 사민당은 또 이번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녹색당(55석)의 도움을 받아 전체 의석수(6백3석)의 과반을 가까스로 넘겼다. 옛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은 2석을 얻는데 그쳤다. ◆슈뢰더 총리 살린 녹색당=영국 BBC 방송은 이날 "슈뢰더 총리가 전후 최초로 연임에 실패한 독일 총리가 될 불명예를 당할 처지에서 벗어난 데 대해 녹색당에 고마움을 표시해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녹색당이 창당이래 최고인 8.6%의 지지도를 획득한 데는 당수인 요슈카 피셔 외무장관의 인기가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최근 1백50년 만의 대홍수와 미국의 이라크 공격설 등이 환경과 반전 운동을 기반으로 한 녹색당의 지지율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세금인하로 경제난 극복=슈뢰더 총리가 출범시킬 새 연정은 커다란 과제를 안고 출발한다. 4백만명이 넘는 실업자 문제,증시폭락,재정적자 악화 등이 그것이다. 슈뢰더 총리는 우선 국민의 세부담 경감을 골자로 하는 경제정책으로 난국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환경세를 올리는 대신 2004년부터 개인 소득세율을 26∼53%에서 15∼42%로 낮출 예정이다. 그러나 노동자 권리 관련 법 조항을 대폭 강화하기로 해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를 위한 개혁은 더욱 멀어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슈뢰더 총리가 재집권에는 성공했지만 이같은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연정내 녹색당의 목소리가 커질 것이 확실시되는데다 제1 야당인 기민·기사당의 의석수도 98년 총선에 비해 늘었기 때문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