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공격설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도심의 미국 외교 공관 부근에서 23일 오전 폭탄이 장착된 차량이 폭발해 1명이 숨졌다. 중부 자카르타 텔룩 버퉁 지역에 위치한 옛 미대사관 숙소 앞에서 이날 오전 9시20분(현지시간)께 고성능 폭약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미니밴 승용차가 굉음을내며 폭발했다고 현지 경찰이 밝혔다. 이날 사고로 문제의 미니밴 승용차의 모든 유리창이 크게 파손되고 주변 지역은경찰의 차량 및 사람들의 통행 통제로 인해 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경찰은 사고 직전 차량에서 내려 도주하던 남자 4명을 추적하며 총기를 발사해1명을 사살하고 1명을 검거했으나 나머지 2명은 체포하는데 실패했다. 경찰은 또 미니밴 차량의 번호판이 검은색 페인트로 변조돼 있는 사실을 발견, 폭발사고가 치밀하게 준비된 범행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검거된 범죄 용의자로부터 최근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경고한 인도네시아내 미국 시설 및 사람에 대한 테러 위협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카르타 주재 미국 대사관과 수라바야의 미국 총영사관은 지난 10일 테러 관련첩보가 입수됐다는 이유로 공관을 폐쇄했으며 지난 주에는 자국민들의 인도네시아여행 자제를 권고했다. 인도네시아 보안당국은 최근 미국 CIA로부터 알-카에다와 연루된 국제 테러조직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에서 암약한다는 첩보를 넘겨받아 관련 용의자들을 체포하거나 동향을 감시해왔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의당(PK)을 비롯한 8개 이슬람계 정당 및 사회단체는 22일긴급 회동을 갖고 미국의 공관 폐쇄 및 자국민 여행 자제령은 인도네시아를 궁지로 몰아넣으려는 흑색선전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강력 대응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하려는 미국의 음모로 인해 인도네시아의 온건파 이슬람세력들의 반미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라크 공격계획을 당장 철회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