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사민당과녹색당의 적녹(赤綠)연정이 22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재집권에 성공했다. 적녹연정은 이로써 유럽 좌파정권의 보루로 남게 됐다. 22일 오후 6시 투표 마감 직후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방송사들의 출구조사 결과는 밤새 반전을 거듭했다. 23일 새벽 개표 완료 후 선관위가 발표한 잠정집계 결과에 따르면 사민당은 보수파인 기독연합과 똑같이 전체 투표의 38.5%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포함한 의석 수에선 사민당이 기독연합을 근소한차로 앞서는 것이 확실시 된다고 독일 언론은 보도했다. 또 사민당의 연정 구성 상대인 녹색당은 예상 밖으로 선전하며 전체 투표의 8.6%를 확보해 3위를 차지했다. 기독연합과 흑황(黑黃)연정을 구성할 것이 유력시 됐던자민당은 7.4%의 부진한 성적을 보이며 4위를 했다. 이에 따라 적녹연합은 약 600석으로 예상이 되는 전체 의석의 과반이 넘는 305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흑황연정 의석은 294석을 갖는데 그치게 됐다. 정확한총 의석 수와 각 정당별 의석 분포는 선관위의 투표율 최종 공식 집계가 나오고 이에 바탕해 비례대표 배분 등 다소 복잡한 계산을 거쳐야 확정된다. 이번 총선에는 사상 가장 많은 6천120만 명의 유권자가 등록됐으나 이 가운데 77%가 투표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돼 지난 98년 총선(82.2%)에 비해 투표율은 낮아졌다. 또 연합세력 간의 의석 차가 지난 1976년 사민당과 자민당 연정이 기민당에 승리할 당시의 10석보다 1석 많은 11석에 불과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었음을 보여줬다. 한편 사민당 출신 슈뢰더 총리와 녹색당 소속 요시카 피셔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밤새 상황이 여러 차례 반전을 거듭하자 긴장한 모습을 보였으나, 잠정집계가 발표되자 사민당 본부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 앞에 어깨동무를 하고 나왔다. 슈뢰더총리는 "적녹연정이 승리해 개혁을 계속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우리 앞에는 힘든 일들이 있으나 함께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 기독연합 후보인 에드문트 슈토이버 바이에른 주총리는 출구조사 발표 중반까지기민당이 사민당에 앞서자 "우리가 승리했다"며 바이에른 주도 뮌헨에서 당원들과축하행사를 갖다가 반전된 공식 결과에 처음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슈토이버 후보는 적녹연정이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단기간만 통치할 것이라고비난하며 적녹연정으로는 경제난을 해결하지 못하고 유럽 및 미국으로부터 독일이고립해 있는 사태를 풀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총선에서 사민당은 재집권에 성공하기는 했으나 지난 98년에 비해 지지율이 2.4% 낮아졌다. 반면 기독연합은 지지율은 3.4%나 끌어올렸으면서도 사민당에 앞서지 못하고, 자민당의 부진으로 헬무트 콜 전 총리가 빼았겼던 정권을 되찾는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민.기사당 간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슈토이버 후보의 기사당내 입지에 대한 논란이 일며 후계자론이 조기에 불거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역대 총선에서 3위를 한 소수정당이지만 기독연합과 사민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온 자민당은 98년에 이어 다시 녹색당에 밀려 4위로 내려 앉아 입지가줄어들게 됐다. 특히 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은 통일 이후 실시된 90년, 94년, 98년 세차례 총선에서 원내에 진출했으나 이번 선거에서 원내진출에 실패해 당의 존폐 문제까지 놓고 새로운 진로를 고민해야만 하게 됐다. 창당 22년 만에 최대의 지지유을 얻고 비록 1석이지만 처음으로 지역구 의석까지 얻게된 녹색당은 이번 총선의 최대 수혜자다. 앞으로 적녹연정 내에서 녹색당과피셔 부총리의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