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소행으로 드러난 일본인 납치피해 사망자 8명 가운데 2명이 같은 날 사망한 것으로 나타나 `타살'의혹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17일 평양 정상회담 과정에서 북한측으로부터 건네받은 납치 피해자 생사 리스트에 사망일자가 포함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외무성이 처음 발표때는 이같은 중요 정보를 숨겼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외무성은 지금까지 "비공식 정보"라는 이유로 사망일자를 납치 피해자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다가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온 이후인 19일 낮 가족들에게 사망일자를 알림으로써 비난과 비판을 불러 일으켰다.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일본 관방장관은 이와 관련,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자신도 사망일자 정보가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었다"면서 "비공식 정보든 가족에게 사실을 알렸어야 했다"고 외무성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표명했다. 일 언론에 따르면 북한의 마철수 아시아국장은 17일 북.일 정상회담 시작 직전에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에게 일본인 납치피해자 14명의 생사여부를 담은 명단을 건네주었다. 이 명단에는 사망한 시점이 적혀 있었는데, 이 가운데 아리모토 게이코(有本惠子. 납치 당시 23세)와 이시오카 도루(石岡亨.22세) 등 2명이 같은 날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이시오카는 생전에 일본의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아리모토와 평양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또 명단에 의하면 사망한 여성 4명 가운데 3명은 20대, 1명은 30대로 나타나 젊은 나이에 모두 사망했다. 공교롭게도 2명이 같은 날 사망하고, 여성들의 사망시기가 지나치게 이른 점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사망의 원인으로 제시한 `재해 또는 병'은 사실과는 거리가 먼것으로 일본에서는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도 이같은 사실을 정상회담 직전에 다나카 국장으로부터 전해듣고 충격을 받았으며, "아무래도 사망한 나이가 너무 젊다"며 의 구심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강력히 항의했고, 결국 오후 2차회담에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사과와 재발방지를 받아냄으로써 '평양선언'에 서명하게 됐다. 사망이 확인된 요코타 메구미의 부모 등은 19일에도 TV 프로그램 등에 출연, "여러가지 정황상 납치 목격자 등이 있는 등 잘 알려진 납치피해자들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도쿄=연합뉴스) 김용수.고승일 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