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석기시대 말기인 5천300년 전에도 사슴고기, 곡류, 식물 등 중세시대의 연회 음식에 맞먹을 정도의 훌륭한 식사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BBC 인터넷판이 16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1991년 알프스의 만년설에서 발견된 석기시대 사냥꾼 '아이스맨(Iceman)'의 마지막 두 끼 식사의 내용물을 연구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이탈리아 카멜리노 대학의 프랑코 롤로 교수팀은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서 `외치'라는 별명이 붙은 아이스맨의 장(腸) 내용물의 DNA 검사를 한 결과 이같은 석기시대 식단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키 159㎝에 46세 가량인 이 석기시대 사냥꾼은 사망한 날 침엽수림에서 곡류, 식물, 야생염소 고기 등으로 첫 식사를 한 후 해발 3천200m 바위투성이의 험한 지형에 오르기 직전 붉은 사슴고기, 곡류 등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스맨의 장에 남은 음식물 찌꺼기는 아주 적었고, 그나마 상당히 부패해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알프스의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경계선 부근에서 독일 등반가들에 의해 발견된 아이스맨은 현재 이탈리아 볼차노의 고고학박물관에 보관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모자, 가죽옷, 신발 등 완벽한 의상을 한 채로 발견된 아이스맨의 몸에서는 구리가 많이 나왔고, 머리카락에서 비소가 발견된 점으로 미뤄 그는 구리 제련에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아이스맨은 어깨에 돌 화살촉이 깊이 박혀 있고, 오른손에 심한 상처가 발견됨에 따라 큰 싸움을 벌인 후 달아나다 화살을 맞았을 것으로 짐작됐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대 기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