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유엔총회연설에서 이라크에 대해 사실상 최후통첩을 전달한 것과 관련, 이라크는 '거짓말'로 가득찬 협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반면 이집트를 비롯한 일부 아랍국가들은 미국이 최소한 유엔을 통한 문제 해결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사태 해결에 낙관적 기대를 표명했다. 그러나 아랍권은 전반적으로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미국의 이라크 공격 의지를 확고하게 반영한 것이라며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라크= 이라크는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복수심과 석유, 개인적 야망" 등에서 비롯된 날조된 주장의 연속이라고 일축했다. 이라크 관리들과 일반 시민들도 부시대통령의 연설이 이라크를 재침공하기 위해 국제여론을 호도하려는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13일 유엔 총회 연설을 위해 뉴욕으로 떠날 예정이다. 사브리 장관은 유엔에서 미국의 공격에 반대하는 국제 여론을 규합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사브리 장관은 이라크 언론 회견에서 이라크는 미국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그러나 미국이 공격해온다면 "식민주의 침략자들에 맞서 우리 국토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전쟁을 결정하는 것은 워싱턴의 전쟁광들"이라며 "이들은 전쟁을 벌이고 살인과 죽음을 세계 각지에 수출하는 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라크 관리들은 유엔과 대량살상무기 사찰단의 재입국 문제를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사찰단이 구체적으로 원하는 것과 방문 희망 지역 및 검증과 관련된 계획을 분명하게 밝힐 경우에만 협력할수 있다고 말했다. ▲주변 아랍국 반응= 아랍연맹은 부시 대통령의 강경 연설이 오히려 사태 해결의 희망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은 "유엔에 책임을 넘기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입장 변화는 긍정적이지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사 총장은 "아직 대화의 여지가 남아있다"면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밝힌대로 대화가 결실을 거두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사 총장은 또 자신이 직접 이라크를 방문, 유엔 사찰단 입국을 허용하도록 권고할 것이라며 이라크도 이를 수용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요르단 정부도 모하메드 알-아드완 공보장관을 통해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이라크와 유엔을 지속적인 대화의 장으로 유도할 것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는 "우리는 이라크가 우리 모두를 전쟁의 재앙에서 구하고 이라크와 중동지역을 군사공격 위협에서 벗어나도록 하기 위해 사찰단 재입국 문제와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타르의 하마드 빈 자심 빈 자비르 알-타니 외무장관은 이라크에서 전쟁이 벌어질 경우 중동 전지역의 안정이 파괴될 것이라며 미국의 일방적 공격에 반대한다고 재확인했다. 하마드 장관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에게 유엔사찰을 수용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말하고 "유엔이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기지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시 핵심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걸프와 주변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카타르로 핵심 요원들을 이동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마드 장관은 미국이 아직 기지 사용을 요청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기지사용 허가를 요청해 올 경우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각 총사퇴로 위기에 직면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스라엘에 편향돼 있는 미국의 중동정책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자치정부의 한 각료는 "우리는 이라크에 대해 국제 결의를 준수하라고 강요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멋대로 무시하는 이스라엘은 무한정 지지하는 미국의 태도에 기가막힐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 이스라엘=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리들은 부시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고 예루살렘 포스트가 전했다. 시몬 페레스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부시 대통령의 연설이 강력하고, 결의에 차 있으며 초점이 분명하다고 평가하고 대테러 전쟁의 지속적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이집트 정치, 언론계 고위 인사들은 이라크 지도부가 국가를 보호할 책임이 있다며 이라크 정부에 대해 기존 입장을 재고하고 유엔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하도록 촉구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야당인 알-와프드의 모하메드 알완 부총재는 이라크 정부에 대해 유엔 안보리결의 이행을 위해 긍정적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했다. 또 저명한 언론인이며 최고 유력지 알-아흐람의 주필인 이브라힘 나피는 이라크 국민에 대한 아랍과 국제사회의연대가 이라크 정부를 향한 것은 아니라며, 이라크 지도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