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당국이 공산당 제16기 전국대표대회(16大)를 앞두고 전국에 치안 경계령을 내린 가운데 베이징(北京) 축구팬들이 1985년 5.19사건 이후 처음으로 시내에서 폭동을 일으키는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다. 홍콩 언론들은 10일 베이징 축구팬 수백명이 9일 밤 공런(工人)체육장에서 열린 전국프로축구대회가 끝난 뒤 거리로 뛰쳐나와 상대편 응원팀들을 구타하고 도로중앙에 설치된 철제난간을 부수는가 하면 지나가는 차량들을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들은 "시합이 끝나고 경기장에서 쏟아져 나온 축구팬들이 알게 모르게 도로 가운데로 모여들었다"면서 "일부 군중이 도로 중앙 철제 난간을 밀자 다른 군중이 합세를 해 1분 만에 1천500m 길이의 난간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일부 젊은이들이 지나가는 일제 승용차를 가로막자 다른 사람들이 손에 들고 있던 광천수 물병과 도로변의 돌 등으로 승용차를 마구 부수기 시작했다"면서 "공교롭게도 차 주인은 상대편인 상하이(上海)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군중들은 이와 함께 다른 노변에 서있던 하얀색 일제 자동차를 파괴하는가 하면 10여명은 도로변에 있던 음료수 자동판매기를 마구 부수었으며 일부는 쓰레기통을 부수고 불을 질러 도로에 검은 연기가 가득찼다"고 말했다. 당직 경찰들은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되자 대테러 경찰 등의 협조를 받아 현장에서 난동을 부리던 군중 50여명을 체포해 베이징인 2명과 상해인 2명 등 4명을 구속했으며 주변 도로 일대에 대해서는 계엄령을 실시해 사람들의 접근을 봉쇄했다. 이와 관련, 베이징 둥청(東城)분국 소속 경찰은 "축구팬들의 폭동사태가 거의 1시간 정도 지속됐다"면서 "이번 사태는 사회질서를 파괴하기 위한 조직적인 사건일 뿐만 아니라 사건의 정황을 보면 성격 자체도 비교적 악랄한 것"이라고 말했다. 톈안먼(天安門)광장 인근에 있는 공런체육장에서는 이날 오후 전국 갑(甲)A 프로축구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는 베이징의 궈안(國安)팀이 상하이의 중위앤(中遠)팀과 경기를 벌여 1대 1로 무승부를 기록하자 베이징 축구팬들이 크게 실망했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