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9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겨냥한 모든 형태의 테러행위를 중지할 것을촉구하고 이스라엘과의 평화는 아직 가능하다고 밝혔다. 아라파트 수반은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총회에서 정책 연설을 통해 "용감한 자의평화는 아직 우리 앞에 있으며 결코 뒤에 있지 않다"고 말하고 "50년에 걸친 투쟁과유혈참사만으로도 고통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18개월만에 의회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팔레스타인 민중들은 오늘날 국가와 단체, 개인 등이 자행하는 모든 형태의 테러에 단호하게 반대한다"면서 "이스라엘은우리가 테러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9.11테러 이후 테러에 대처한다는 구실로 우리 땅을 재차 점령했다"고 비난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또 "세계는 우리에게 이스라엘과의 평화공존 문제에 관해 분명하고 확고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과 새로운 평화협상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그러나 팔레스타인 과격단체들의 자살폭탄 테러를 직접 비난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과의 평화도 당장 실현 가능하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피력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1시간 가량 계속된 연설에서 또 자신에 대한 비판론자들을 겨냥, 농담조로 자치의회가 퇴진을 요구한다면 권력을 이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아라파트 수반은 "나를 대신할 사람을 원한다면 그래주길 바란다. 내게 휴식을주기 바란다"고 말해 의원들로부터 폭소를 자아냈다. 아라파트 수반은 이어 미국의 연기 요구에도 불구하고 수반 선거와 자치의회 및지방선거를 내년 1월초에 예정대로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아라파트 수반을 명목상의 지도자로 후퇴시키고 자치정부 일상 업무를관장할 총리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자치정부 수반 선거를 연기할 것을요구하고 있다. 이와함께 사우디 아라비아와 이집트, 요르단 등 역내 후견국가들도아라파트 수반의 2선 후퇴와 총리직 신설안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관련, 아라파트 수반의 측근들은 그가 내년 선거에서 재선을 노릴 것이며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분명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0년 9월 알-아크사 유혈봉기 촉발 이후 2년만에 재개된 자치의회 총회는 이스라엘이 보안상의 이유로 가자지구 출신 의원 14명의 참석을 불허함에 따라재적 의원 88명 가운데 75명만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아라파트 수반의 이날 연설은 국내외 세력에 대해 상당한 유화 제스처를 담고있으나 이스라엘과 이슬람 과격단체 하마스로부터 모두 비난을 받았다. 이스라엘 정부 대변인은 "왜 일방적인 휴전을 선언하지 않고 가시적인 제스처도취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그렇게 했다면 우리도 같은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며이스라엘에 대한 구체적인 공격중단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비난했다. 또 라난 기신 총리 보좌관도 "아라파트 수반이 권좌에 있는 한 평화와 개혁은있을 수 없다"고 말했으며 미국측도 "아라파트 수반은 말이 아니라 행동에 의해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람 과격단체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국민을 희생시키는 이스라엘의 안보는불가능하다"며 아라파트 수반의 연설이 팔레스타인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