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발생 1주년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테러 주범으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이 아직도 묘연한 가운데 그가 살아있다는 설과 죽었다는 설이 각각 제기되고 있다. 세계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생사불문하고' 빈 라덴을 잡겠다고 공언하며 현상금까지 내걸었지만 그의 행방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독일 정보기관인 연방정보국(BND)은 빈 라덴과 다른 알-카에다 지도자들이 아직 살아서 은신하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일간지 베를리너 차이퉁이 지난 5일 보도한 바 있다. 이 신문은 BND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최근 빈 라덴이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국경의 오지 산간지역에 은신해 있다는 징후가 드러났다며 한가지 가능성은 그가아프간 내에서 파슈툰족 지지자들과 부하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CNN방송은 8일 빈 라덴의 운명과 관련 많은 설이 제기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대답은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생존설과 사망설을 소개했다. 연방수사국(FBI)의 대테러전 책임자인 데일 왓슨은 "나는 개인적으로 그가 사망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빈 라덴의 전 경호원들이 쿠바 관타나모 포로수용소에 잡혀있는 사실을 상기하며 빈 라덴이 죽지 않았다면 그들이 빈 라덴과 떨어져서 잡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 라덴이 죽었다는 또다른 증거는 지난 9개월 동안 빈 라덴을 봤다는 사람도 없고 그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나 목소리를 녹음한 오디오 테이프도 없었다는 사실이라고 왓슨은 지적했다. 그가 남긴 비디오테이프는 지난해 12월말 카타르에 있는 위성방송인 알 자지라텔레비전에 나와 9.11테러를 `축복받은 테러'라고 주장한 것이 마지막이다. 그러나 일부 정부 분석가들은 빈 라덴이 몸을 숨기고 있을 뿐이라면서 만일 그가 죽었다면 그의 추종자들끼리 주고받는 많은 교신이 감청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관측통들은 빈 라덴이 `제2의 고향'인 파키스탄 북서부 아프가니스탄 국경에 은신해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장관은 최근 빈 라덴이 비디오테이프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 이유는 "첫째 그가 부상해서 물리적으로 거동이 불가능할 수도 있고, 둘째는 그가 붙잡힐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빈 라덴은 지난해 12월 모습을 드러낸 테이프에서 오른 손만 움직이고 왼쪽 팔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으며 왼쪽 손은 아예 화면에 나오지도 않아 그가 왼쪽 손에부상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알 카에다 대변인 술라이만 가이트는 지난 6월 알 자지라 TV에 보낸 오디오테이프에서 빈 라덴 등 고위 알 카에다 관계자들이 안전하며 미국에 대한 추가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빈 라덴이 곧 텔레비전에 모습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CNN방송의 테러 분석가인 피터 버겐은 "알 카에다 대변인이 그렇게 얘기했는데빈 라덴이 9월11일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면 빈 라덴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 확실하다"면서 "그래도 나는 그가 살아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빈 라덴 체포에 2천500만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다. 버겐은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돈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면서 "분명히 그들은 보상금을 알고 있지만 아무도 그것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빈 라덴이 죽었다고 해도 알 카에다가 테러공격을 중단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럼즈펠드 장관은 "빈 라덴이 중요한가?"라고 물으면서 "그는 중요하다. (그래도)알 카에다를 떠맡을 사람들은 많다. 아마도 여섯, 여덟, 열, 열두명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