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오는 12일 유엔총회 연설을 앞두고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 체제 축출을 위한 테러전 확전외교를 본격화하고 있으나 러시아가 2일 유엔안보리 거부권 행사를 공언하고 유럽 우방과 아시아 동맹국, 친미 아랍권이 대부분 이라크전 반대 입장에 가세해 갈수록 고립무원의 외교적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노동절인 2일 펜실베이니아 피츠버그를 방문해 미국은 미국의 신념과 가치를 파괴하려는 "살인마들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하고 "우리의 목표는 평화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인하고 단호하며 결의에 차 있어야 한다"고 테러전 결의를 재다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전 승리를 위해 "시일이 얼마나 걸리든 개의치 않겠다"며 ▲미국민 보호 ▲적 발본색원 ▲본토 수호 ▲강력한 군사력 증강 ▲강한 미국 건설 ▲의회의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11일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 현장을 방문해 거국적 규모의9.11 테러 1주년 추도식에 참석한 뒤 12일 유엔총회에서 이라크전 등 테러전 확전에관한 미국의 입장을 밝히는 한편 유엔 회원국을 상대로 이라크전 당위성에 대한 테러외교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미국의 테러외교 대의명분에 동조해온 러시아는 2일 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 현안이 유엔 안보리에 상정되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혀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외에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러시아가 안보리 거부권 행사를 공언함에 따라 유엔 결의를 통한 이라크 군사공격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이 명백해진 셈이다. 미국의 테러외교를 전폭 지지했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지난주 부시 대통령과 전화 접촉을 통해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에 앞서 유엔을 통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확보토록 촉구하는 한편 선제공격에 앞서 무기사찰단의 재입국 시한을 설정토록조건을 제시해 그 동안의 일방적 지지에서 조건부 지지로 한걸음 물러섰다. 이와 함께 오는 7일 독일-프랑스 정상회담을 앞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미국의 이라크 공격시 독일 병력을 파병치 않겠다고 반대 입장을 천명했으며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유엔안보리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이라크전에 관한 독일-프랑스 정상회담 결과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의 입장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맹방인일본과 터키도 미국의 일방적 이라크 군사공격에 신중론을 개진하며 유엔을 통한 외교적 해결방안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사우디 아라비아와 요르단 등 친미 아랍권을 포함해 반미노선의 이란 등 대부분 아랍권 국가들이 미국의 이라크전에 대한 반대입장을 직간접으로 표명하고 나섰다.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도 파키스탄은 현재의 국내상황에 여력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의 이라크 공격때 이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심지어 세계적 인권지도자인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까지도 미국의 이라크전에대한 반대입장을 공식 표명하고 미국은 세계 유일 초강대국으로 모범을 보여야 한다면서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전 돌입을 자제하라고 강력히 호소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유엔 무기사찰단의 재입국을 촉구하는가 하면 공화당 일부 인사를 포함한 상하원 일각에서 전쟁신중론을 강력히 제기하고 있어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강공책은 국내외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성수 특파원 s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