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군사공격을 막기 위해 외교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이라크는 2일 유엔 무기사찰단의 조건부 복귀문제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정상회의 참석차 요하네스버그를 방문중인 타레크 아지즈 이라크 부총리는현 사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유엔 무기사찰단의 복귀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3일 아난 총장과 만나 미국과의 대치 상황에 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지즈 부총리는 그러나 유엔 사찰단 복귀문제가 유일한 현안은 아니라며 "유엔의) 이라크 제재와 이라크 비행금지구역의 지속적인 침범, 미국의 전쟁위협 등 모든 현안들이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현안들을 포괄적으로 해결하자고 제의하면서 "이라크와 유엔 사이에는 아무런 위기가 없으며, 미국과의 관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지즈 부총리는 특히 정상회의에 참석한 세계 지도자들에게 "미국은 이라크를 향해 또다시 대규모 침공 위협을 가하고 있다"며 미국이 공격해 올 경우 "우리는 그들과 맞서 싸울 것이며 이는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사회가 미국의 새로운 침공위협에 맞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12년 전이라크에 내린 제재도 해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지즈 부총리는 포괄적 해결 방안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지난 달 아난 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모든 유엔 결의 요구사항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방안을 모색하자고 제의한 바 있다. 아지즈 총리는 그러나 하루전 CNN 방송과의 회견에서는 한스 블릭스 유엔 무기사찰단장의 지시로 사찰단 복귀를 허용하는 것은 선택 방안이 될수 없다고 밝혔다. 아지즈 부총리의 태도 변화가 이라크 기본 입장의 변화를 의미하는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라크는 과거에도 사찰단 복귀 문제와 관련, 새로운 조건들을 내걸며 수시로 태도를 바꿔왔다고 분석가들은 지적했다. 한편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날 바그다드를 방문한 벨로루시 특사와 만나 미국의 이라크 공격위협은 지구촌의 석유자원을 장악하려는 야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관영 INA 통신에 따르면 후세인 대통령은 미국이 자신을 제거하려 하는 것은 이라크가 미국의 중동 원유 장악 기도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를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중동 석유를 장악하면 세계도 통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피력했다. 후세인 대통령은 또 미국이 국제 석유와 가격을 통제하게 되면 세계 경제성장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이 뒤늦게 이라크를 지지하고 나선 것도 인도적 또는 법률적 판단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장래와 독립, 이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