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정부는 2일 미국의 이라크 공격 문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될 경우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고르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모스크바를 방문한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과 회담한 후 "미국은 이라크 공격 문제가 유엔 관할권 밖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유엔에 상정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미국이 이 문제를 유엔에 제기할 경우 러시아는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이라크를 둘러싼 전쟁 위기는 가능한 정치적, 외교적 수단을 모두 동원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는 이라크와 유엔의 대화가 지속되기를 희망하며 이같은 대화를 통해 유엔무기사찰단이 이라크에서 사찰을 재개하고 그 결과로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러시아는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어떠한 군사적 공격도 반대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하고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경우 중동지역 전체의 안정을 파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는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서는 "선제 조치"를 취할 수는 있지만 이같은 경우에도 유엔의 승인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러시아-이라크 외무 회담은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세계 각국에 특사를 보내 미국의 공격을 저지하려는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이라크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이자 채권국인 러시아는 이라크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경제적으로 손실을 입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브리 장관은 최근 4개월 동안 러시아를 2차례나 방문했으며 모스크바 방문에 이어 아랍연맹 회의가 열리는 이집트를 방문, 아랍국과 대미(對美)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songb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