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간장을 놓고 한판 맞붙을 전망이다. 세계적 브랜드인 기코망을 앞세운 일본의 간장업계가 미측이 발효 제품에 비해 값이 싼 비발효 간장으로 시장에 파고들자 발끈해 '발효해야만 진짜 간장'이라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양측의 감정 대립이 가시화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양측은 공정한 식품교역 문제를 다루는 국제 기구인 코덱스음식위원회에 진품 간장에 대한 유권 해석을 의뢰할 움직임이다. 이달 열리는 위원회 회동에서 이 문제가 다뤄질 전망이나 미국이 선선히 양보할 리가 없어 귀추가 주목된다. 전례에 비춰볼 때 강제 집행권이 없는 위원회에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세계무역기구(WTO)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미.일간에 본격적인 '간장전쟁'이 촉발될 수 밖에 없다. 일본 간장업계가 긴장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비발효 간장을 싼값에 시장에 내놓으면서 오랫동안 고수해온 시장을 잠식당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간장업계는 과거 버터와 마가린의 사례를 상기시키면서 엄밀하게 성분은 다를지 모르지만 소비자에게 결국 같은 미각 효과를 주는 것이기 때문에 '발효 간장만이 진짜'라는 일본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따라서 비발효 간장의 제품 레이블은 미국 메이커들의 입맛에 맞춰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일본에게 간장이 단순한 제품 이상의 문화적 의미를 갖는다는 점을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워싱턴 소재 '공익에 부합하는 과학센터'의 법률고문인 브루스 실버글레이드는 "일본에 발효 간장은 문화적 자존심"이라면서 "보통 3개월 이상 걸리는 발효 과정을 통해 일본 특유의 간장맛을 낸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미 간장업계도 굳이 일본 메이커들을 자극시키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미업계를 대변하는 마틴 한 변호사는 "미측이 다른 나라의 문화적 자존심을 손상시키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러나 "일본이 간장 맛을 그들 방식대로 규정하려는 것 때문에 문제가 촉발됐다"고 주장했다. 즉 발효해야만 간장이 제맛을 낸다는 일측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기코망 간장을 연구해 책을 낸 바 있는 마크 푸룬 새너제이대 교수는 "일본 간장업계가 그간 소비자들에게 `진짜 간장은 이런 맛'이라고 인식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문제는 일본 업계가 '다른 나라 간장으로는 진짜 맛을 내지 못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려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서 아시아 음식점을 경영하는 인사는 "음식을 만드는데 5-6개의 간장제품을 사용한다"면서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는 값이 싼 비발효 제품을 쓰는데 반해 홀에서 손님이 회를 찍어 먹을 경우 등은 고급인 발효 간장을 서비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용도에 따라 발효 제품을 쓰거나 말거나 한다는 것이다. 마틴 한 변호사는 "결국 선택은 소비자들이 하는 것"이라면서 "값비싼 발효 간장을 원할 경우 소비자는 제품 레이블을 잘 살펴보고 자신이 원하는 성분일 경우 사면 되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메이커들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코덱스위원회 실무 간부인 에드 스카브로는 간장 맛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 업계 싸움이 슈퍼마켓과 식당 차원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문화적자존심에도 연계된 문제로 자연 위원회가 개입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미국이 모두 위원회에 문제 해결을 의뢰할 움직임이라면서 이 기구의 결정이 비록 강제 적용되는 힘은 없지만 여러 나라가 관련 분쟁을 이런 식으로 해결한 사례가 있음을 상기시켰다. 위원회에서 합의된 내용이 식품 성분의 기준이 된 사례가 여럿있다는 점을 그는 강조했다. 간장을 둘러싼 미국과 일본간 자존심 싸움이 코덱스위원회를 통해 끝내 WTO까지로 비화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워싱턴 AP=연합뉴스)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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