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대(對)이라크 전쟁 등 국제정치 뿐 아니라 통상 환경 법률 등 전분야에 걸쳐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의 일방주의적 대외정책에 대해 EU가 사안별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 EU 정상들은 지난 주말 잇단 TV연설을 통해 "미국이 무기사찰 재개라는 목적에서 벗어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축출하려 한다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이라크 공격에 반대했다. 미국과의 우정은 중시하지만 맹종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전쟁범죄와 대량학살에 대한 재판을 담당하는 국제상설법정인 국제형사법원(ICC)에서 미국의 면책권 허용 여부에 대해서도 논쟁이 한창이다. 미국이 EU 회원국들과 개별적으로 협정을 맺으려 하자 EU 법률국은 "미국인에게 ICC 면책권을 부여하는 국가는 반(反) 인도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꼴"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경제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지난달 30일 미국기업에 대한 세제혜택과 관련,EU가 미국에 대해 40억달러의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판결을 내리면서 양측간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EU는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미국이 수입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에 따른 부가관세적용 예외품목을 늘리기로 한 것을 환영하면서도 WTO 제소 절차는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