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의 심각한 기근(飢饉) 문제를 논의하는 지구정상회의가 일부 고위급 대표단의 호화만찬으로 얼룩지고 있다고 영국의 '더 선(Sun)'지 인터넷판이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2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회의가 개막되자 마자 대표단이 묵는 호텔 만찬장에는 바닷가재와 캐비아(철갑상어알젖), 최고급 스테이크 등온갖 산해진미가 올라온 반면 회의장 인근 빈민가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굶주림에 신음하고 있는 한마디로 `구역질나는' 상황이 표출됐다고 전했다. 신문은 182개국에서 온 6만여명의 대표단 중 이른바 거물급 대표들이 묵는 5성급 미켈란젤로 호텔 식당에 공수된 음식재료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급 식자재들로만구성돼 있다고 꼬집었다. 생굴 5천개, 바닷가재 및 각종 조개류 1천파운드, 최고급 안심스테이크 및 닭가슴살 4천400파운드, 연어 450파운드, 남아프리카산 최고급 생선 킹클립 220파운드,캐비아 수십통, 푸아그라(프랑스식 거위 간 진미요리) 등이 준비됐다는 것. 이 뿐만 아니다. 이른바 `빈티지 와인'으로 불리는 명산지 포도주와 최고급 샴페인이 전세계 각지에서 수도 없이 공수됐다. 이 호텔 주방장 데스먼드 모건은 "고위급 대표들은 항상 식사 직전에 메뉴를 결정하기 때문에 미리 모든 것을 준비해둬야 한다"며 "사실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고말했다. 이번 회의에 참가한 국제환경단체 `지구의 친구들'은 "이런 만찬 준비라니 통탄을 금할 수 없다"면서 "바로 옆 골목에서 아이들이 굶주림에 떨고 있는데 최고급 호텔 룸에서 잠이 오느냐"고 고위급 대표단을 힐난했다. 지구촌이 힘을 합쳐 빈곤, 가난과 맞서 싸우기 위한 해결책을 논의하는 이번 회의의 주 개최 장소인 요하네스버그 부유층 거주 교외 샌드턴을 조금 벗어나면 알렉산드라 빈민촌의 쭈글쭈글한 지붕에서 기아와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어린이들을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동네에 하나 밖에 없는 수돗꼭지 앞에 언제나 길게 늘어서 줄을 서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반면 이번 회의에 온 대표단이 소비할 것으로 추정되는 생수(미네랄 워터)는 무려 8만병이다. 1천400만명 이상이 기근에 시달리고 매일 6천명의 어린이들이 오염된 물 때문에죽어가는 남부 아프리카에서 형언하기 어려운 호화파티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런 식의 호화만찬을 마련하다 보니 이번 회의 전체 비용은 무려 3천500만파운드(약 640억원)에 달했다. 물론 이는 참가국 정부들이 분담하는 돈이다. 존 프레스코트 부총리와 마거릿 베케트 환경장관 등 70명이 참가한 영국 대표단을 위해 영국 국민이 50만파운드(9억여원)의 세금을 감내해야 했다. (서울=연합뉴스) 옥철기자 oakchul@yna.co.kr